미국 성소수자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 케이트 본스타인의 첫 책

[일간투데이 김수아 기자]
"문제는 우리가 이것 아니면 저것이 되라고 강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또 무엇인지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 주려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미국 성소수자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 케이트 본스타인 책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로, 스위치(switch, 역할을 바꿈) BDSM[결박과 훈육(Bondage and Discipline), 지배와 복종(Dominance and Submission), 사디즘과 마조히즘(Sadism and Masochism)] 등과 관련된 실천을 통틀어 이르는 말] 플레이어이며 레즈비언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주로 처음 하는 질문이 “아들이야, 딸이야?”다. 그 부모가 '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몰라요. 아직 그 애가 말해 주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이 세상엔 남성 아니면 여성만 있고 도덕적으로 동성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물론 요즘 들어 동성애 정도는 인정하려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거둔 것도 아니다.

'젠더 무법자'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남자 아니면 여자로만 구축된 이분법적 체제를 의심한다. 진짜 여자는 무엇이고 진짜 남자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성전환 전에는 “지배문화에서 일등 시민권을 갖고 있었”고, “어느 모로 보나, 일반 백인에 비장애인 중산층 남자였다.” 그러나 케이트는 남성이었을 때도 자신이 남성이라고 느낀 적이 없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여성이라고 느껴 본 적이 없다.

케이트는 젠더는 없다는 것을 적어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평생을 가장 근원적인 여자의 정의, 의문의 여지없이 확고한 남자의 정의를 찾아 헤맸”지만, “어떤 무리나 개인이 자기네 목적을 위해서 붙들고 있는 변덕스런 정의밖에 찾은 게 없다.”고 털어놓는다.

케이트는 예순여섯인 지금도 여전히 ‘젠더 없는 삶’을 지향하며 부지런히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젠더 이분법을 흐리는 시도와 실천을 하고 있다. 그 실천 중 하나가 집필이며 '젠더 무법자'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관점에서 쓰인 젠더 이론서다. 콜라주 형식의 독특한 본문 편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저 단순한 이론서는 아니다. 젠더 이론과 자전적 이야기를 교차 배치하면서 젠더가 무엇인지 쉽고 생생하게 전한다.

케이트는 영향력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책은 전 세계 유수 대학에서 수업 교재로 쓰이고 있고, 그중 첫손으로 꼽히는 것이 '젠더 무법자'(Gender Outlaw)다.

이 책은 ‘젠더 문제의 교과서’로 인정받을 정도로 젠더에 관한 기본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다. 수백 군데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젠더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책은 저자가 본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콜라주 스타일로 편집되었다. 트랜스젠더로서 저자 삶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본문은 크게 왼쪽, 가운데, 오른쪽 글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글은 저자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인용한 것이고, 가운데 글이 저자 목소리로 본문이다. 오른쪽 글 역시 저자 목소리이나, 가운데 글보다 좀 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저자의 경험이나 실례를 들어 가운데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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