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세운 '기본'이 새 파급력 기반될 것"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지면에 활자를 인쇄하는 형식의 신문이 가진 파급력은 여전히 유효할까.

안타깝지만 그동안 발표된 통계 및 자료는 '유효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851년 창간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의 매호 첫면에 새겨진 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 (인쇄에 적합한 뉴스는 모두 싣는다)는 슬로건과 세계 최초 일간지로 알려진 독일의 '라이프치거 차이퉁겐', 그보다 80년 앞선 조선시대 신문 '조보(朝報)'에서 시작된 '뉴스'와 '인쇄' 간 시너지의 역사는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이 설명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자료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2011년 44.6%에서 지난해 16.7%로 떨어졌다. 약 28% 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로 분류되고 있는 TV, 라디오, 잡지와 비교했을 때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처럼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본지는 15년간 매일 지면을 꾸준히 발행해왔고 '쉽게 읽는 4차산업 중심 종합일간지'로의 뜀박질에 나섰다.

탄생 1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시간과 역사를 복기(復碁)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기 위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매체로서 지켜야 할 중심과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얼마나',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

우선 종이신문 이용률 관련 자료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한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표한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중 '매체 이용 빈도’에 따르면 신문을 주 5일 이상 이용한다는 답변은 5.2%를 차지했다. 2013년 10.0%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또한 동일 보고서 중 '신문 이용 빈도'에 따르면 조사대상 7천416명 중 신문을 전혀 안보거나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86.1%로 조사됐다.

이같은 '감소'는 앞서 언급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재단 측 통계인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 및 뉴스 미디어 점유율'에서 종이신문의 이용시간이 최근 2년 사이 '3분' 줄어들었다는 점도 현 이용행태를 설명해준다.

 


■ 종이신문 이용…다른 나라도 그렇다

종이신문의 이같은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미국, 일본등도 마찬가지다. 국제적 비영리 언론조직 '세계신문·뉴스발행자협회'(WAN-IFRA; 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s and News Publishers)가 발행하는 '2017 World Press Trend'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독일, 중국, 영국 등과 더불어 전 세계 발행 부수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미국의 지면광고 및 독자시장은 급격하게 변화를 겪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스마트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뉴스미디어 진흥방안'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미국 신문시장은 독자 구독료보다 광고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 지면광고 시장이 2000년 490억달러에서 2015년 148억달러로 감소했다. 15년간 약 70%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신문 독자 시장도 완만하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일간지도 줄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종이 신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5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황호택 현 서울시립대 자유융합대학 초빙교수는 '매체 수 증가'와 '뉴스 유통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우선 "종이신문의 이용 감소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를 바로 잡기에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현 상황에 대해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도 인터넷 정기구독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신문협회 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USA TODAY, NYT 의 디지털 독자 규모는 지면 독자보다 많다.

이어 "신문기사가 가진 파급력이 엄청 났던 시대가 있었다"면서 "현재 종이신문 매체를 대체할 수 있는 매체 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기사의 '질'을 등한시하는 경향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포털 사이트를 통한 뉴스 유통 구조의 변화도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이 감소하는 동안 모바일 미디어의 뉴스 이용률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53.7%포인트 늘었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2017 World Press Trend'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 저널리즘을 분석하면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요 키워드를 'Social'로 지정해 놓기도 했다. 누구나 모바일, SNS를 통해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어 매체를 접할 때의 자세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본인이 선호하는 기사만 선택해 읽으면서 생길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생각의 양극단화’도 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남북관계 해법', '최저임금제', '정치성향' 등 주요 이슈를 선호 기사, 매체 등으로 접하면서 자칫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이라고 했던가. 황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모바일, PC 등에서 생성되는 뉴스는 확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짜뉴스' 등 무분별한 뉴스 생산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기자의 의견에 황 교수는 "언론사에서 게이트 키핑(뉴스 결정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 시 기자에게 사실 검증을 철저하게 하도록 제대로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기본'은 전통적인 매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파급력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