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임대사업자 등록 크게 늘어
버티기에 돌입한 사례도 다수 '거래절벽' 우려
정부 고위공직자 다수 여전히 다주택자 '비판'

▲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자기가 꼭 필요해서 사는 거 아니라면 집을 파는 게 좋겠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린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해 금융규제·청약 세제 등을 총망라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김 장관은 다주택자들을 향해 이같이 경고했다.

발표 이후 8개월가량 집을 팔라는 유예기간을 준 가운데 이번달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한 집주인이 집을 팔 경우 최대 62%의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했다. 2주택자는 6∼42% 기본세율에서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기본세율에 20%포인트 높은 최대 62%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1일 이은상 세무사의 다주택자 세 부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10년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3주택자가 양도가액 20억원, 취득가액 16억원의 아파트를 양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10%p를 더해 1억2천518만원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4월 1일 이후부터는 일반세율에 20%p 오른 중과 세율이 적용돼 최대 2억3천44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의 시행에 따라 최우선으로 자신의 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세무사는 "서울의 2주택자가 조합원입주권을 보유한 경우 주택을 양도하면 3주택으로 20% 중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되나 조합원입주권 자체를 양도하는 경우 중과세가 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나머지 두 개의 주택은 10% 중과세를 받고 비과세도 받을 수 있어 양도순서에 따라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다주택자들은 서둘러 아파트를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30일 기준 1만3447건으로, 지난해 3월(6658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이 1290건, 성북 1025건, 강서 903건, 송파 772건, 강남 758건, 강동 623건, 구로 622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올해 1∼3월 누계 거래량도 이날 기준 3만45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799건)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또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수는 총 9천199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2월3861명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는 3천598명이 임대주택 사업자로 신규 등록해 전체 등록 수 가운데 39%의 비중을 차지했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 걸쳐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취득단계에서 취득세 감면이 있고 보유단계에서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혜택과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혜택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되면 거래량이 감소해 당분간 매매시장에선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매수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점, 금리 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당분간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해질 것 같다"며 "매물이 쌓이는 반면 거래가 안되면서 '매물잠김'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돼 부동산 가격이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의 고위공직자 다수가 여전히 다주택자인 것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유한 다주택자들이 장기간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해 거래량은 급감하고 이로 인해 시장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청와대 참모진 장관급 등이 다주택자인데 국민들에게 주택을 처분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9일 공개한 올해 공직자 재산신고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김정숙 여사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를 팔았지만,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 참모진 상당수가 여전히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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