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은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요구 받는다. 국민개보험 제도에 따라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절대적인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병·의원은 우리 사회의 공적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사례가 적잖다. 일부 병·의원들이 의료인에게 주어진 고귀한 책무를 망각한 채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환자와 짬짜미가 돼 요양급여를 불법 수령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이 허위로 부당하게 진료비로 청구해 건보재정에서 빼내 간 금액이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2017년 연도별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액'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천130억원에서 2014년 5천500억원, 2017년 7천830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7년간 무려 7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해 못할 일은 지난해 환수 결정된 요양급여금액 중 사무장병원 같은 '개설기준 위반'에 따른 금액이 6천250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무장 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의사·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을 말한다. 이 같은 부실함에 기인해 비의료인이 투자한 의료기관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부실 진료, 과잉 진료, 건강보험 부당청구, 보험사기 등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의료면허자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에만 의료기관 개설권을 주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 병원은 2009년 7곳에서 지난해 212곳으로 폭증했다. 이들이 불법 의료행위로 챙긴 진료비만 3500억원을 웃돌았지만 환수액은 211억원에 그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주목되는 바는 사무장병원은 요양병원에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요양병원들의 탈·불법 행태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복마전이나 다름없다. 요양급여 허위 청구, 노숙인 유인, 저질 시설 등 요양병원의 민낯은 가히 충격적이다.

사무장병원의 반사회적 부도덕한 행태를 막아 건보재정의 부당한 누수를 봉쇄해야 한다. 효율적 대책이 시급하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을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선 의료기관 등 요양기관의 생애주기적 접근과 의료공공성 확립을 위한 의료기관 정책 재구조화 등의 기본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의료단체, 정부, 사회적 파트너와 파트너십 구축 및 활용, 사전 예방중심의 교육과 지원 강화, 법적 제도 개편을 통한 처벌의 억제 효과 제고, 성과 공개와 환류를 통한 지속적 제도 개선이 큰 틀에서 접근하는 등 보편적 건강보장의 틀에서 민관의 참여적 파트너십과 정부 역할 강화도 필요하다. 나아가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선 공공 투자 확대와 민간부문 공공성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이 확대돼야만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당국은 재인식해야 한다.

사무장병원도 현실을 분명히 보길 당부한다. 사무장병원은 엄격한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 억 원의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받게 됨으로써, 사건에 한 번 연루되면 사실상 건보공단에게 전 재산을 날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추락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국민의 건보료’를 훔치는 일은 범죄라는 사실 또한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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