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나올 것"
"제조업·의료업서 AI 기술 접목 성과 큰 기대"
"개인정보 통제 주권은 개인에게 돌아가야"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역 모처 식당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새로운 욕구와 욕망이 생기고, 고객을 더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게 하며 이에 맞는 새로운 직업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서울역 모처 식당에서 가진 일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인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4차산업혁명 핵심 신기술 중 AI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 특히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간을 닮은 AI 로봇을 주요 소재로 다뤄 흥행을 이끌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대중매체가 빚어낸 허황된 이야기"라며 "AI를 사람처럼 묘사한 영화를 참고하는 것은 AI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AI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이 경쟁국 대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AI 관련 인력 수도 적은 데다, 연구논문 건수도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명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에 AI 관련 논문을 올린 실적을 보면 AI 관련 논문의 게재 건수는 세계 7위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1·2위에 올랐으며 일본과 영국, 독일, 인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교수는 AI 기술 접목이 기대되는 분야로 제조업과 의료업을 꼽았다. 그는 "딥러닝 기반으로 불량품을 걸러내는 등 제조공정이 최적화되면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같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더 육성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정부가 AI 대학원을 신설하겠다는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정부가 AI 교육을 지원하고 멘토링 병행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용자 중심의 AI'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가 확산됨에 따라 개인정보 관련 법·제도도 변화해야 한다"며 "환자의 진료정보 등 의료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한 만큼, 개인 데이터 관련 법적 체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역 모처 식당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수 기자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 향후 인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하는데.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카메라가 등장하자 화가들은 더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근대 예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화가들은 화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 기존 고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AI는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역량강화 기술(Empowering Technology)로 정의할 수 있다.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지자 피카소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나왔다.

이들은 카메라가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그림에 담았다. 기존에 초상화를 그리던 화가는 더 많은 초상사진을 찍게 됐다. 카메라의 발명은 기존의 초상화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나 잉카의 고대 유적 마추픽추 등 풍경을 찍은 사진은 여행 욕구를 발생시켜 여행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개인방송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결국은 카메라가 우리 손안에 들어와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 로봇이 가사 노동을 하는가 하면 사람을 지배하는 등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영화를 접한 국민들은 이런 상황이 언제쯤 현실화할지 궁금해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인공지능은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AI 학자 대다수는 인간과 닮은,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이 수십 년 내에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수준을 평가한다면.

"인공지능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학술논문 발표 건수는 단연 미국과 캐나다, 영국, 중국, 일본이 많다. 발표량만 놓고 보면 한국이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물론 인구가 적은 나라인 데다, 이공계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한 원인도 있다.

여기에 지난 20년간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AI를 연구한 탓도 있다. 결국 주요국들보다 좋은 학술논문을 많이 발표하지 못했고 우수한 AI 응용사례도 부족한 점,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수준은 암울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 AI 기술을 접목할 경우 가장 성과가 기대되는 산업 분야는.

"최근 AI는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히 접목되고 있다. 특히 딥러닝, 나선형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 기술 도입으로 제조설비에서 이미지 인식을 활용해 불량품을 골라내는 등 품질관리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나 디지털 기업들 위주로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AI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인력이 부족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특히 중소기업 위주로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의 AI 인재 양성사업을 보니 6개월간 교육과정에서 3개월은 AI를 교육하고 남은 기간은 기업과 결합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했다. 수료생들은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 채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오는 2022년까지 AI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고급인재 1400명, AI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융복합 인재 3600명을 양성하는 내용을 담은 'AI R&D 전략'을 지난달 15일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인공지능(AI)에 특화된 전문대학원 6곳을 신설한다. 또 AI 연구·개발(R&D)에 5년간 총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세계 4대 AI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 최근 정부가 인공지능 대학원을 신설하는 등의 중장기적인 인력 양성 방안을 내놨다. 좀 더 보완할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이 산업을 이끌 인재 육성이 급선무다. 인공지능 대학원을 신설한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추상적인 AI 접근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교육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예상을 낭비할뿐더러 선도국과의 AI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좀 더 합리적이고 명확한 결과를 내는 AI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철폐해야 하는 규제는 무엇이며, 왜 그렇다고 보는가.

"사용자 중심의 AI가 돼야 한다. 사용자의 데이터는 각각의 기업들이 갖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AI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데이터의 소유권은 개인이 갖게 하고 그 데이터를 사용할 때마다 개인이 적절히 보상을 받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병원에서 진료받은 데이터는 개인 정보인데 병원이 소유하고 있다. 헌법적으로 모든 데이터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일차적으로 귀속된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 이 교수가 대표로 있는 벤플에 대해 소개한다면.

"벤플은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AI Expo Korea 2018' 전시회에 참여한다. 세계최초로 버튼인터넷 방식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벤플은 최근 대기업 L사, S사, 중견기업 S사 등과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수익 사업 모델 개발 및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현,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제조(Scheduling & 품질관리) 시스템 개발, 인공지능 기반의 마케팅, 추천 시스템 개발, 인공지능 기반 투자 및 금융 시스템 등의 프로젝트를 완료, 수행하고 있다. 벤플 부스를 방문하면 자사 인공지능 팀의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방법론과 사례, 버튼인터넷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4층 한 식당안에서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이경전 교수는.

이 교수는 미국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인공지능 응용상을 2회 수상했으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MIT·CMU·UC버클리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했으며 (주)벤플과 (주)올윈웨어를 창업했다. 전자정부 진흥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KAIST 경영과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했으며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20여편 게재했다.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연구를 통해 학술논문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비즈니스 메쏘드 특허 산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e-Business 용어사전(2004, 산업자원부), 경영정보시스템원론(공저), 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역서), 인터넷사업모형과 전략(역서), 전자상거래원론(공동 편저) 등이 있다.

현재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와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인 후마니타스빅데이터연구센터 소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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