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중국이 오늘날 G2로 부상하는 데에는 엄청난 인구에 기반한 저렴한 인건비와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개발정책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화교(華僑) 자본과 네트워크에 힘입은 바 크다.

처음에는 '쿨리(Coolie·苦力)'라는 저임금 노동자들로 낯선 타향에 발을 내디딘 화교들은 근검절약해 돈을 모은 뒤 가게를 차리고 다시 이를 키우고 키워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로 성장시켰다.

무일푼으로 들어온 이들은 배타적인 현지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동포끼리 상부상조하며 끈끈하게 뭉치기로 유명하다. 상권이 좋은 자리에 가게가 매물로 나왔는데 한 사람 돈만으로 부족하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은 예사이고 한푼 두푼 모아서 심지어 백여명까지 참여해 좋은 가게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화교들이 이렇게 뭉치게 된 데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원래 명(明)·청(淸)대 중국 왕조는 왜구 등 바다로부터의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해상무역을 엄격히 금지하는 해금(海禁)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흉년 등으로 본토 내륙 생활이 녹록치 않은 일반 백성들은 먹고 살 길을 찾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받아들인 해외 국가들도 처음 얼마간은 이들이 저임금 노동자로 일해주니 환영하지만 그들이 부를 쌓아가고 그 나라의 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면 이들을 옥죄었다. 심지어는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1603년과 1639년에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던 화교 2,3만명이 대량 학살되면서 한때 성황을 이루던 화교공동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저 멀리 떨어진 중국 왕조 정부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 주력기업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곳곳에서 한숨이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통해 이미 LCD(액정표시장치)산업을 초토화시킨 데 이어 반도체 산업까지 넘겨다보고 있다. 미국은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 기치 아래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와 자국 투자 압박의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형세속에서 우리 정부도 나름 고심을 하고 있다지만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양 강대국의 정치적 협조가 절실한 마당에 경제·통상의 문제를 대놓고 따지기도 쉽지 않다. 이런 때 삼성·LG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화교들처럼 외부의 위협 앞에서 끈끈히 협력해 치열한 국제 경쟁의 틈바구니를 돌파해 나감으로써 기존 정부 주도 성장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민간에서 창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