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뿌리’인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겠다. 국가와 시대별 차이는 있지만, 제조업은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에 가볍게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수이다. 그래서 흔히들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토록 국가경제에서 비중 높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근래 실의에 빠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하자 고용 감축을 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업의 해외 이전이다. 인건비를 줄이고 과도한 규제를 피하며 판로를 뚫기 위해서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금액이 지난 5년 새 3배로 증가한 게 단적 사례다. 기업 엑서더스다. 해외 공장을 지은 중소기업도 같은 기간에 60.3%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황금거위가 대한민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국가 경쟁력을 담보하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느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수출 경쟁력과 일자리 측면에선 경계와 각성을 요하는 중대 변수다. 앞 다퉈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내 경영환경에 믿고 기댈 게 없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6월의 기업확신지수(BCI)는 98.9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BCI가 100 미만이면 낙관보다 비관이 많다는 뜻이다. 참으로 한국경제 미래 측면에서 안타깝고 우려스런 현실이다.

자연 투자도 저조하다. 대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는 2015년 147조원에서 지난해 168조원으로 늘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투자액은 13조원 가까이 외려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 감소세는 더 확연하다. 2015년 33조원에서 지난해 21조원으로 급감했다. 설비 투자 감소는 제조업 경쟁력 악화와 안정적인 일자리의 감소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6000명 급감했다.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과도한 반도체 의존은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우리 경제는 1993~95년 전대미문의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 2002~2004년 D램 급성장기 후 2008년에 맞은 경제위기를 맞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조업 도약의 발판을 강화해야겠다. 제조업이 튼튼해야 산업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생명공학(BT) 등 4차 산업 혁명시대 유망업종도 그 하드웨어는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독일 등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에 강한 국가들은 제조업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다. 획기적인 전략 변화를 통해 '제조 코리아'의 위상을 되찾아야겠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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