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한 비상한 대책이 요청된다. 가계부채는 첫 종합대책이 나온 2004년 494조원에서 지난 2분기 1천500조원으로 추계됐다. 이 정도만으로도 국내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위험요소'로 지목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은 2천300조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경악할 일이다.

키움증권의 '2018년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253%인 2343조원에 달했다. 가계부채 구성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791조원(34%)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용대출 514조원(22%), 전세보증금 512조원(22%), 임대사업자대출 209조원(9%), 판매신용(카드, 할부 등) 163조원(7%), 기타 자영업자대출 154조원(6%) 등 순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에는 전세보증금과 임대사업자대출, 자영업자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보증금과 개인사업자대출도 가계대출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전세는 사적 채무로 가계의 위험도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개인사업자 역시 파산할 경우 그 책임이 가계에 고스란히 미치는 만큼 가계부채 영역에서 다루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과도한 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더구나 최근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기준금리 인상→가계부실 심화→금융권으로 리스크 전이→실물경제 충격'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당장 대출 금리가 1% 오르면 추가 이자 부담만 연간 9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우려는 가시화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연평균 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간 금리 차 확대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를 선반영해 신용대출 금리 등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한계차주의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금리는 연 1.75∼2.00%인데 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50%다. 한·미 양국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포인트 차이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올해 연준 4회·한은 1회로 가정하면 기준금리 역전 폭은 올해 말 0.75%p로 벌어진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격차 마지노선인 1%p를 코앞에 두게 되는 것이다. 당국은 더 이상 상환이 어려운 한계 가계 등을 포함, 차주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을 고려해 정밀한 부채관리를 하길 당부한다. 실물경제의 오랜 불황과 실업률 증가는 가계부채의 '수렁'을 예고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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