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절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런 진단임에도 불구하고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당은 6·13 재보선과 민선 7기 지방자치 선거에서 '궤멸(潰滅)' 수준의 참패를 당한 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 시켜 한 달여를 보냈다. 사분오열 직전까지 가는 듯 했던 극심한 내홍이 봉합 수순에 들어가며, 당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김 비대위 체제를 향한 비판 목소리도 강하다. 혁신작업에서 구체적 결과물이 없고, 대외적으로는 지지율 반등이나 여론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김 비대위 체제가 국민 주목도나 신뢰를 다시 높일 수 있을 정도의 혁신이나 파격적 정책·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초심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김 위원장은 당초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한국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대신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며 계파 청산·개혁 당위성을 강조해 크게 주목받았다. 경쟁과 책임 등 보수의 기본 가치가 패권주의와 오만으로 망가지고 질려버린 보수층마저 등을 돌렸음을 자각, 개혁적 건전 보수가 새롭게 재건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당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이미 평화와 정의, 공존과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임을 직시, 고정불변의 도그마적인 자기이념에 갇혀 수구 냉전적 사고를 하는 건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임을 인식하고 김 위원장에게 힘을 보태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는 바 크다. 여기서 더 이상 계파갈등·무반성·책임회피 등으로 일관하면 이 땅에서 보수는 최소한의 설 땅조차 없어질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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