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AI 메신저 챗봇…24시 상담 가능해 다양한 분야 도입
패션·뷰티 강자 엘롯데 '로사'…"매트립스틱과 매트리스는 헷갈려요"
음성안내·이미지검색 서비스 약하지만 상품추천 서비스 '탁월'

고객이 로사를 통해 상품을 추천받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기업들이 '챗봇(chatbot)'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챗봇은 사용자와 AI(인공지능)가 일상 언어로 채팅을 주고받는 메신저로 유통과 금융, 보험,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만 손에 있다면 24시간 상담이 가능해 상담원의 노동은 물론 사용자의 지적 노동까지 줄여준다.

챗봇은 언어(텍스트)와 음성, 이미지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한다. 사용자가 언어와 음성으로 질문하면 챗봇 역시 언어와 음성으로 답한다. 이미지 서비스는 사용자가 첨부한 사진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챗봇의 기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고객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학습한다.

챗봇은 크게 '지능형'과 '시나리오형'으로 나뉘는데, 챗봇 도입 초기에는 정해놓은 단어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시나리오형 챗봇이 주를 이뤘다. 현재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지능형 챗봇이 등장해 고객과의 쇼핑을 돕는다.<편집자 주>

 

'엘롯데'에 도입된 AI챗봇 '로사'. 하단의 "궁금한건 제게 물어보세요"를 누르면 로사와 대화가 가능하다. 캡쳐=임현지 기자


■ 롯데백화점 AI 채팅봇 '로사’

로사는 롯데백화점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엘롯데'를 더욱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챗봇이다. 언어와 음성, 이미지 모두 서비스한다. 패션·식품·리빙 등 모든 상품군에 걸쳐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등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에 대한 모든 것을 안내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로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연계해 고객의 구매정보와 행동정보, 관심정보, 선호정보 등을 수집하고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기존 AI 쇼핑 도우미가 키워드 검색에 따른 상품을 고객에게 단순히 연결하는 것에 그쳤다는 로사는 이보다 더욱 고도화 됐다.

또 현재 인구통계학적 정보, 채널 별 구매 특성, 구매 이력, 선호도 등 101가지 항목으로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패션 트렌드도 분석한다.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로사와의 채팅이 가능하다.

 

로사는 패션·뷰티 용어인 '프릴스커트', '구슬파우더'를 언어와 음성 모두 알아듣고, 색상과 사이즈, 가격대도 함께 고를 수 있도록 도왔다. 캡쳐=임현지 기자


■ '로사'는 정말 똑똑할까?

로사에게 말을 걸어봤다. '프릴스커트', '구슬파우더', '매트립스틱' 등을 패션·뷰티 용어를 포함해 언어와 음성으로 질문했다. '프릴스커트 추천해줘', '구슬파우더 추천해줘', '매트립스틱 추천해줘' 등을 입력했다.

로사는 프릴스커트와 구슬파우더는 언어와 음성 모두 제대로 이해했다. 이는 과거 시나리오형 챗봇들은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다. 로사는 제품의 용어를 이해할 뿐 아니라 색상과 사이즈, 가격대도 함께 고를 수 있도록 도왔다.

음성의 경우 특히 테스트했던 공간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입력됐으며 언어와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입력된 음성을 소리 언어에서 일상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화면에 보이면서 시간이 다소 소요됐으나 쇼핑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로사에게 언어와 음성을 사용해 '매트 립스틱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침대에 쓰이는 '매트리스'를 추천해준다. 이는 '매트한 립스틱'도 마찬가지. 캡쳐=임현지 기자


이렇게 똑똑한 로사도 막히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매트립스틱이다. 매트립스틱은 언어와 음성 모두 '매트리스(침대)'를 등장시켰다.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립스틱과 매트리스가 어감이 비슷해 아직까지 혼선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트한 립스틱 추천해줘"라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매트립스틱은 '건조한 립스틱', '새틴 립스틱'을 입력해야 찾을 수 있었다.

매트와 매트리스와 같이 비슷한 발음의 상품을 헷갈리는 것 외에 쇼핑앱 내 챗봇의 역할인 '상품 추천'에는 무리가 없어보였다. '시어머니 선물 추천해줘', '명절선물 추천해줘' 등의 질문에도 상품과 가격, 색상, 사이즈 등에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로사는 음성으로 매장 안내를 부탁하면 정보를 화면에 띄워놓을 뿐 음성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이미지 검색의 경우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유사 상품을 잘 찾아줬으나, '카키 원피스'는 자켓이나 아웃도어 의류가 나왔다. 캡쳐=임현지 기자


챗봇의 또 다른 역할의 '안내'와 '이미지 검색'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로사에게 '롯데백화점 영등포 몇 시까지 해?' 라고 음성으로 질문했다. 로사는 시간을 화면으로 띄운 후 "영등포점 영업시간 알려드려요. 우측상단에 '헬프'를 누르시면 다른 안내도 받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오전 몇 시 부터 오후 몇 시 까지'를 비롯해 예외 상황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지 않고 화면에만 띄워놓은 것. 음성 서비스는 길을 걷고 있거나 운전을 하는 등 화면을 자세히 볼 수 없는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도 음성으로 알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미지 서비스는 아직 패션·잡화에 한정돼 있다. 로사에게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찍어 전송하자 매우 유사한 상품을 찾아 추천해줬다. 그러나 '카키색 원피스'를 찍어 올렸을 때는 비슷한 색상의 자켓이나 아웃도어 의류, 구스다운, 패딩 등이 추천 상품으로 등장했다. 제품 자체가 어둡고 경계가 분명하게 찍히지 않은 경우 옷의 종류까지 안내 받기는 어려웠다.

 

로사는 '시어머니 선물 추천해줘', '배고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등 쇼핑은 물론 일상 대화도 가능하다. 캡쳐=임현지 기자.


■ 상담원 아닌 '쇼핑 메이트'

로사는 최근까지 사용했던 프로그래밍 된 챗봇과는 확실히 달랐다. AI가 탑재된 진짜 지능형 챗봇을 사용한 느낌이었다. 음성안내와 이미지 서비스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발견됐으나, 쇼핑을 하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배고파' 라고 입력하면 롯데백화점 전점의 맛집을 추천해주고, 나이를 물어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농담을 건넨다. 이처럼 쇼핑과 관련 없는 대화도 짧게 주고받을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로사의 표정도 변화가 있어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로사가 사용자의 말 귀를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대화 또한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챗봇이 단순히 상담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쇼핑을 위한 '메이트(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로사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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