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홍정민 기자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물건을 구매할 때 카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에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광경이 아니다. 모바일 결제시장이 확산되면서 본격 페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삼성페이 등 다양한 페이들이 각축전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페이결제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도 이에 동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선거 공약에서 서울페이라고 불렀던 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가 바로 그 것.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없앤다는 취지를 담아 고안된 것으로 카드가 아닌 스마트폰 결제앱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연내 시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는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 이체 방식으로 운용된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거나 가맹점에서 단말기로 소비자 휴대폰 속 QR코드을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제로페이의 핵심은 수수료 0%의 거래다. 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가 공동 QR코드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이 QR코드로 물건을 구매하면 결제 플랫폼 업체와 시중은행은 결제 및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QR코드 결제하면 떠오르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현금없는 사회의 선두주자가 된 중국은 실제 중국 내 모바일 결제 비중이 7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부분이 QR코드 결제다. 하지만 중국의 QR코드 결제가 보편화된 이유는 위폐가 많고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워 이용률이 낮을뿐더러 은행업무의 제약이 커 금융 인프라 수준도 낮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뒤쳐진 이유가 국내 금융 인프라가 매우 훌륭한 수준인 점도 있다. 국내 신용카드 보급률은 약 90%로 전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이 발전된 양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성공사례만 가지고 QR코드 결제 상용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국내 모바일페이 시장에서 제로페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소비자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현재 정부가 제로페이에 대해서 내건 혜택은 소득공제가 전부다. 물론 소득공제율이 40%로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30%)보다 높다. 하지만 그 뿐이다. 소득공제 혜택만으로는 기존 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하기엔 그 강도가 약하다. 신용카드의 경우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이 다양하다. 게다가 잔액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제로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 안착하려면 우선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 만약 추가 혜택없이 소득공제만 주어진다면 소비자들은 소득공제 범위 내에서만 제로페이를 사용한 뒤 그 이후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단순 직불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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