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패션 등 전통 산업 벗어나 첨단기술 먹거리 경쟁
점점 커지는 콘텐츠·규모…현실과 가상 혼합한 MR까지

일본 유명 엔터테인먼트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가 운영하고 있는 VR 콘텐츠 공중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식품과 패션, 생활용품 등으로 승부를 겨뤄왔던 유통업계가 최근 VR(가상현실)로 링을 옮겼다. VR은 360도로 이뤄진 가상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유통업계는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팝업 형태의 소규모 체험형 공간에서 벗어나 층 전체를 전용 테마파크로 만드는 등 규모 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IT 전문 기업인 현대IT&E는 연내에 강남역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VR 스테이션'을 오픈한다. 이를 위해 일본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주식회사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와 VR 콘텐츠의 한국 내 독점 공급을 위한 LOI(계약의향서)를 체결했다.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는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IP(지식재산)를 활용해 VR을 전개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 일본 최대 규모의 VR 테마파크인 'VR ZONE SHINJUKU(브이알 존 신주쿠)'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20여 개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VR 스테이션은 기존 1∼2인만 이용 가능했던 서비스와 달리 최대 8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대표적인 액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난 7월 IT 및 VR 등 차세대 유망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그룹 IT 사업부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별도 법인인 '현대IT&E'를 설립했다"며 "오는 2020년까지 현대아울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주요 광역상권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VR 스테이션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KT의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 2호점.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도 VR 테마파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GS리테일은 KT가 보유한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에 오프라인 공간 운영 및 유통사업 노하우를 더한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VRIGHT)'를 선보였다. 지난 3월 서울 신촌에 1호점을 열었으며 지난 6월 건대입구에 2호점을 공개했다. 

2호점에서는 PC 게임 명가 '스마일게이트', VR 스포츠 게임 개발사 '앱노리' 등과 제휴해 30여 종 이상의 신규 콘텐츠를 추가했다. 1호점과 2호점 모두에 입점돼 있는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는 신촌점의 경우 주말 사전 예약 마감을 기록하며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VR은 물론 MR(혼합현실) 체험 공간까지 마련했다. 먼저 지난해 9월 미니 백화점 개념인 '엘큐브' 홍대점에 VR 체험관(148㎡)을 열어 운영해왔다. '승마 경주', '외나무다리' 등 다양한 기구를 설치해 주말 대기 시간이 1시간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건대점에서는 VR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 몬스터 VR'을 열었다. 이곳은 영업면적 1천400㎡ 규모로 60개 이상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설치된 기구는 1인승부터 12인승까지, 동시 탑승 인원은 최대 100명까지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부천 중동점 'K-live X'에서 아이들이 'MR풋볼'을 즐기는 모습. 사진=KT


최근 부천 중동점에서는 KT와 함께 MR 기술을 적용한 어린이 스포츠 체험 공간 'K-live X(케이 라이브 엑스)'를 오픈했다. MR은 혼합현실을 뜻하며 현실 세계에 VR이 접목돼 현실의 물리적 객체와 가상 객체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K-live X 중동점은 객체 모션 인식과 멀티 트래킹, 다면 디스플레이, 다시점 3D 리플레이 등 KT가 자체 개발한 MR 기술들이 적용됐다. 'MR 풋볼'은 KT만의 '다시점 3D 리플레이' 특허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골을 넣은 선수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촬영한 후 경기장 화면에 다시 보여줘 현실감과 재미요소를 극대화했다. 

롯데백화점은 중동점을 시작으로 연내 부산 광복점을 오픈하는 등 전국 60여개 점포에 MR 스포츠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형주 롯데백화점 MD 개발부문장 상무는 "VR 테마파크는 백화점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라며 "20∼30대와 가족 단위 고객이 더 많이 점포를 찾게 되고 새로운 문화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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