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부터 3주간 희망자 대상 인력 구조조정 실시
중국발 LCD 공급과잉, 캐시카우 LCD가 애물단지 돼
OLED, 수율·번인·투자자금으로 '밑 빠진 독' 우려돼

▲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8일부터 생산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고 직원 설명회를 시작했다.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공급과잉으로 상반기 내내 적자를 기록한 LCD 생산라인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CEO(부회장)이 지난 4월 26일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8년 혁신목표 필달(必達) 결의대회'에서 자사가 깨뜨려야 할 것을 쓴 폐LCD모듈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공급과잉으로 상반기 내내 적자의 늪에 빠졌던 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라인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낸다. 하지만 LCD 생산라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급조절의 혜택을 중국업체가 주로 가져 가고 OLED 성장 전망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8일부터 생산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고 직원 설명회를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회사 설립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5년차 이상 생산직으로 다음달 초부터 3주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퇴직자에게는 고정급여의 36개월치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LCD 패널에서 OLED로의 사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유휴 인력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부 LCD 생산직을 OLED부문으로 전환 조치했으나 직원들 내부에서도 희망퇴직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신청을 받기로 했다"며 "순수하게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해진 규모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4천61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클럽'에 입성했던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굴기(崛起·우뚝 섬)' 기치 아래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받은 후발 중국 LCD업체들의 공세 앞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의 90%이상을 LCD에 의존한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LCD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으며 올해 1분기 980억원, 2분기 2천281억원, 상반기에만 도합 3천2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임원의 해외 출장시 항공편은 이코노미석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팀 복리후생비를 50% 삭감하며 볼펜·A4용지 등의 소모품비·전력소비를 절약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한상범 CEO(부회장)은 같은달 26일 경기도 파주 공장에서 열린 '2018 전사혁신 목표 필달 결의대회'에서 자사의 한계돌파 대상들을 붙인 55인치 폐 LCD 모듈을 하나하나 망치로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6월에는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부터 파주와 경북 구미의 생산·사무기술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인력 조정에 돌입할 것이며 이미 회사 내에선 희망퇴직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회사측에서 부랴부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3분기 LG디스플레이는 소폭 흑자 전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시장전망치를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액 6조2천679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저점 대비 20% 오른 32인치 중심의 TV용 LCD패널 가격 상승과 OLED TV 판매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그리고 우호적인 환율 영향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국정부의 보조금 축소에 따라 가격 상향에 나선 BOE 등 중국업체가 하반기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가격정책을 선회하거나 TV세트업체들의 재고수요 감소로 패널가격이 4분기에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사업은 올 4분기 패널 가격 하락세가 전망된다"며 "LG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 생산능력(CAPA)을 전환해도 수급 개선 수혜는 중국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한상범 부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추진되고 있는 'OLED 올인' 전략도 암초가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대형 OLED 기술 확보를 위해 2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TV용 대형 OLED는 채용하는 글로벌 TV세트업체가 계속 늘어나면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55·65· 77인치 세 가지 모델만 공급돼 라인업의 제약이 있고 번인(Burn In·똑같은 화면이나 이미지를 장시간 켜놨을 때 화면을 꺼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 문제도 시장 확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이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형 OLED에서는 최근 애플의 제2공급사가 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낮은 수율(收率·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1일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8천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해마다 5조원이 필요한 투자금 확보방안도 고민거리다. 1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 현금성 자산은 2조6천억원 규모다. 김양재 연구원은 "OLED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당분간 분기 2~3천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환 시기동안 현금 흐름(Cashflow)도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던 LCD사업이 발목을 잡자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미래 성장동력인 OLED는 수익원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LCD와 대형 OLED, 중소형 OLED에서 모두 투자와 수율 확보, 고객사 확보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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