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연령층 변화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덕질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덕질은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을 모으는 행위로 이를 행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부른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御宅)에서 유래한 말로 과거에는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가졌으나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본인이 덕후임을 숨기는 의미인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직업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덕질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해 왔다. 이로 인해 덕후의 의미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바뀌며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룹 아이콘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CGV에서 열린 새 미니 앨범 'NEW KIDS THE FINAL'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40 덕후의 등장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트랜드가 확산되고 있다.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에 덕질을 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면서 팬덤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주로 10대가 주축이 됐던 아이돌 팬층이 이젠 2030을 넘어서 40대까지 확장됐다. 소비능력을 갖춘 이들은 굿즈 구입과 고가의 공연 등에 지출을 아끼지 않으면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뒤늦게 아이돌 '아이콘'에 빠졌다는 김모 씨(30·여)는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연차를 사용했다. 김씨는 “콘서트 현장에서 다양한 굿즈를 구매한 뒤 공연 후 ‘덕친’(덕후와 친구를 합친 신조어)들과 모여 이에 대한 느낌을 얘기했다”며 “단조로운 삶을 알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출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21세기북스


■ 세상에 나를 드러내다
덕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연예인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처럼 지내는 것을 중단한다는 ‘일코 해제’를 선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몰래 굿즈를 사서 숨겨두던 팬들도 이젠 굿즈를 직접 제작하거나 SNS를 이용해 좋아하는 연예인의 선행 사실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40대 워킹맘인 현직 기자가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마흔 넘어 시작돼 남몰래 덕질을 즐기던 저자는 강다니엘 덕후가 되면서 느끼는 행복과 이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담았다. 강다니엘에 대한 팬심과 덕질하며 겪은 일화를 담은 책으로 현재 3040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40대 한 워킹맘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꼭 내 이야기 같았다”며 “10대 때도 안 하던 행동을 이제 하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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