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책임자들은 국민 앞에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미래를 책임 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지속적으로 있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전국 4천220곳 사립유치원에 매년 누리과정 예산에서 2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 1천878곳에서 비리 5천951건이 적발됐다. 정부 지원금을 제 돈 쓰듯 해온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경기 화성 모 유치원장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낸 돈으로 명품가방이나 성인용품을 사는 등 6억8천만원 상당의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33% 정도를 감사해 드러난 게 이 정도라니 실제 비리는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한데 유치원들은 반성을 모르고 있다. 거꾸로 사립유치원들은 반격에 나섰다.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최정혜 이사장을 끌어내리고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유총이 정부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추진했을 당시 강경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물론 합법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국민 세금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쓴 게 드러난 지금 함께 자숙하는 게 온당하지 비리 혐의자들에 합세, 집단이기주의를 대변해선 안 된다.

보건복지부는 차제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약 4만개 어린이집을 전수조사, 보조금 부정수급 및 보육료 부당사용 여부를 꼼꼼히 점검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시설이 영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비리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를 감안,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하고 공적인 고용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드는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책임이 무겁다. 교육당국은 회계·감사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유아교육기관 종합대책을 마련,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규정 위반의 경중이나 시정여부와 상관없이 학부모가 언론에 보도된 유치원을 모두 '비리 유치원'으로 오인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도 교육청별로 2013∼2017년 유치원 감사결과를 전면 공개하는 일도 긴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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