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그래서 국감을 '정기국회의 꽃'이라고도 한다. 마땅히 여야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감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지난 17일 반환점을 돈 국감은 본연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예컨대 '한방은 없고 정쟁만 있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국감은 정부가 실시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검증과 대안 마련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역시 예년 국감 때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진 부실한 자료 준비, 무분별한 자료 요구와 증인 채택 등은 달라진 게 별반 없다.

특히 야당의 고압적 정부 및 증인 비판에 여당의 감싸기 일변도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컨대 야당 의원들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지적을 쏟아낸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방어태세를 이어갔다. 우리 경제가 소득주도성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권의 자성이 요청된다. 정부 정책을 지지해야 하는 여당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서야 하는 야당이 치열한 공방만을 벌인 것이다. 오는 29일까지 국감을 실시하는데 남은 기간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식의 '맹탕 국감'을 계속할 것인지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생산적 국감을 위해 여야 의원들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부터 시급히 버려야 할 것이다. 공부하지 않은 의원일수록 호통부터 치고 본다는 걸 국민은 안다. 그런 구시대적 행태로는 선진의회 정치 구현은 백년하청이라는 사실을 의원들은 직시하길 바란다.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내용은 차치하고 올해 국감은 시스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하루에 수십 개의 기관을 몰아서 국감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국감 제도 대신 상시국감으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국감은 행정부 비리를 파헤치는데 큰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데 이를 한 번에 모아서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명목적 국감은 있되 상임위원회에서 상시적으로 행정부 정책을 살펴보는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국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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