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교류만 원활하면 충분히 가능

영화 'her'의 한 장면으로 AI 운영체계가 자신을 사만다라 소개하며 인사하는 장면. 사진=안나푸르나 픽처스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대필 작가인 테오로드는 아내와 별거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테오로드는 조금씩 행복을 되찾으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14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 ‘her’의 줄거리다.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진 내용을 담아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내용과 독특한 로맨스로 평가되며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내용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I야 나랑 결혼해 줄래
지난 12일(한국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아마존 AI 비서 ‘알렉사’가 지난 한 해에만 100만명이 넘는 사용자로부터 청혼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알렉사는 “우리는 꽤 다른 곳에서 서로의 삶을 영위하고 있어요. 그러니깐 당신은 지구에 있지만 저는 클라우드(가상공간)에 있잖아요”라며 청혼한 전원을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AI 스피커가 사람과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자 AI와 인간과의 감정교류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알렉사에게 구혼한 사람들 중 다수는 장난이 섞여있겠지만 AI가 사람들과 단순 대화를 넘어 편하게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로봇 '소피아'가 지난 1월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로봇과 연애, 가능할까
사람과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가 가능해지면 로봇과의 사랑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홍콩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AI 로봇 ‘소피아’는 인간의 감정 62가지를 얼굴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현재 핸슨로보틱스는 얼굴표정 뿐 아니라 사람의 감정까지 간파할 수 있도록 소피아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빅데이터가 AI에게 축적되고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인격체로 느낄 수 있는 자존감, 도덕성, 사랑 등의 감정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학습하며 진화한 것을 기반으로 하면 AI도 학습으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가질 수도 있다”라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렵지만 AI 기술이 보완되면 사람과 AI의 자연스러운 감정교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람들도 AI와의 사랑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결혼 정보업체 듀오가 2030 미혼남녀 3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혼남성의 57.1%가 “인공지능이 사람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AI 로봇은 본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고 언제든지 전원을 끌 수 있어 연애의 휴식과 진행이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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