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우리도 이 정도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한국인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늘'이 짙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른바 윤리경영에 힘써야 한다는 책무가 짐 지워져 있다.

예컨대 주력기업 삼성전자를 보자. 300여조원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 브랜드가치는 세계 6위다.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최근 발표한 '2018년 글로벌 CR 100대 기업' 순위를 보면 삼성은 분명 세계 굴지의 기업임이 재확인됐다. 반면 사회적 책임 순위는 64위에 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갤럭시 노트7 발화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스캔들 연루 혐의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윤리성 의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삼바)를 보자.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업가치 부풀리기' 의혹이다.

이 논란은 지난 2016년 12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내용인 즉 같은 해 11월 코스피에 상장된 삼바가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계속 적자상태에 있다가 상장 전해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한 데 대한 의구심이다. 이들은 삼바가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 이전 장부가액 대신 공정가액으로 회계방식을 변경, 가치를 '뻥튀기'했다고 문제 삼았다.

삼성측은 미국 바이오젠이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전환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당장 삼성이 바이오젠에 콜옵션을 부여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 및 임원 해임 권고 조치를 내렸지 않은가.

결국 이렇게 회계 변경을 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5년 추진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모아진다. 삼바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평가액이 높아져야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가 순탄해지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삼바 재감리 결과를 논의하는 오는 31일 증선위 정례회의가 주목된다. 결론 향방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구도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진행 중인 3심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렇게까지 사회경제적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 자체에 반성하길 촉구한다. 국민은 글로벌 기업 삼성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드러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와 큰형에 대한 '막말', 이번 국정감사에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에버랜드 인근 토지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에 불법 편법 상속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납세 하지 않은 의혹 등은 대표적이다.

금감원과 증선위 등 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건을 엄정하게 매듭짓길 바란다. 누구보다 삼성은 외형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윤리경영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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