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진상 파악 못지 않게 사고 예방을!

▲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달 말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 기소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가 뒤숭숭하다. 중국산 LCD(액정표시장치) 공급과잉으로 LCD시장은 사실상 접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또한 애플 아이폰 X(텐)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다니!

여론은 처음에는 기술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톱텍에 대해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중국 제조2025 계획'에 따라 향후 제조업에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에 걸쳐서 전 방위적으로 첨단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에 전체 국부보다 일개 사기업의 이익을 앞세워 어렵게 만든 우리 핵심 기술을 쉽게 내준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이번 기술 유출로 6조 5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삼성측의 주장은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물자와 자본의 자유로운 왕래 속에서 세계 경제가 발전한다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던 미국도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아니한가. 급기야 지난주에는 이웃 나라인 캐나다의 도움을 받아 최근 세계 통신시장을 무섭게 장악하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孟晩舟)를 긴급 체포하지 않았는가. 명목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이지만 그 내막은 미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의 성장을 억누르기 위해 인질전략을 구사한 것 아닌가.

하지만 여론은 우리나라 제1 재벌 대기업으로서 삼성 관련 사건에 으레 따라 붙는 '갑질' 프레임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톱텍이 중소·중견 기업의 과정을 모범적으로 거쳐 왔으며 삼성과 30여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그 동안 정부나 삼성이 선정한 여러 우수기업 표창을 많이 받은 건실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고 시가총액도 한때 1조원을 넘나들며 올 초에는 SK텔레콤이 인수를 추진할 정도의 기업이 1년도 안 돼 단돈 150억원에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을 받고 급전직하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 배경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출시 수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핵심기술을 아무리 수 십 년 협력사라 하더라도 철저한 안전장치도 없이 내맡기는 삼성의 설명도 곱씹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진실은 법정에서 최종 판가름 나겠지만 삼성도 기술 유출 사고 예방을 위해서 얼마나 철저하게 노력했는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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