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외친다, 한국판 버전으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 i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내건 선거구호다. 최근 작고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부시는 걸프전 승리를 앞세워 선거전에 임했지만 ‘경제’라는 선거 이슈 선점에서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이 구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시대를 초월함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회복이 시급하다. 정책의 급진성으로 인해 중소상공인들의 폐업, 실업률 증가 등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소득주도 성장을 하려면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인을 찾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소득 주도 성장은 공무원 증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만 있을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과 연결된 복지정책인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경제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케 여건 조성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절반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주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고용 감소, 분배 쇼크가 주요 이유다. 최근 1년간 ‘경기가 나빠졌다’는 이들도 63%에 달했다.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경제 인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1.5%)에 따르면 국민의 74.5%는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을 수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반기업·친노동 정책으로선 가계소득이 크게 늘 수 없다. 정부는 실패한 경제정책을 전환,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게 순서일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주어진 한국경제 회생 책무가 무겁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을 높이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포용성 강화는 시간을 두고 추진할 장기과제다. 시장 반발이 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은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침체 국면에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실사구시적 경제정책이 요청되는 이유다. 대외 환경 악화에 따른 한국 경제의 활로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2014년 98.6%에 이어 지난해 88.1%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30%대인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경제회생 안되면 국정 동력 상실

문제는 2019년도 세계 경제의 하강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위협 요소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경제 상황이 내년도엔 하방 리스크가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통상·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수집 및 전파해 나가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생·경제 분야 지표가 부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구체적인 정책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건 불 보듯 훤하다. 대북관계 개선도 힘을 받을 수 없다.

지도자의 철학과 강한 리더십, 법과 원칙의 준수가 요청된다. ‘이존국법 이중민생(以尊國法 以重民生)-.’ 국법을 존엄하게 하고 민생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이 암행어사 시절인 33세 때 경기 북부를 돌아본 뒤 정조에게 올린 보고서의 요지다. 18세기 말 피폐한 조선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도한 다산은 “철저한 법집행은 민생을 어렵게 만들고, 민생만 살피면 국법이 무너진다”며 “정치력의 핵심이 바로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데 있다”고 건의했다. 백성이 즐거이 일을 하도록 뒷받침한다는 내용이다. 오늘, 우리가 되돌아볼 교훈이다. 그렇다. 정부는 민생, 곧 경제로 심판 받는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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