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유연한 규제로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수준 등극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핀테크 확산에 따라 금융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동력으로 아시아 대표의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트렌드 포커스-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핀테크 생태계인 런던에 견줄만한 글로벌 Top2로 평가받으며 최근 1, 2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Deloitte)가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허브 지수'를 살펴보면 싱가포르는 영국 런던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핀테크 하기 좋은 허브'로 선정된 바 있다. 글로벌 100대 혁신 핀테크 기업 중 싱가포르 기반의 기업이 지난해 2개에서 올해 6개로 늘어나 그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싱가포르가 작은 규모의 국가임에도 글로벌 수준의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연한 규제 환경 ▲풍부한 자본 ▲잠재력 있는 시장 ▲유능한 인재 등이 꼽힌다.

특히 정부의 지원책과 유연한 규제 환경은 혁신을 시도하는 창업자와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를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는 영국보다 후발주자였으나 통화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창업자와 VC(벤처캐피털) 대상의 세금 감면, 규제 샌드박스 등의 유연한 규제 정책 또한 혁신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장기적인 원동력이 됐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정책에 힘입어 유입된 글로벌 VC 투자자금과 정부의 지원금도 밑거름이 됐다. 싱가포르는 세계 4위 금융시장으로 1천200여 개의 다국적 금융기관이 위치한 점을 활용한 B2B(Business to Business) 성장 가능성이 크며, 아세안 시장의 관문으로 높은 시장 확장성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글로벌 금융인력 역시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핀테크 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나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다소 부족한 면모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금융(Fin)'은 뉴욕에, '기술(Tech)'은 실리콘밸리에, '규제'는 워싱턴에 위치해 생태계의 시너지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다. 중국은 핀테크 투자액은 아시아 최고를 자랑하지만 낮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한 내수 비즈니스가 발달해 글로벌 확장성이 낮은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는 금융·기술·규제가 한곳에 모여 있으며 글로벌 확장성이 있다는 점에서 런던과 홍콩이 싱가포르와 견줄만하다고 분석했다. 런던은 일찍이 핀테크 시장이 발달해 그 규모가 싱가포르의 10배를 능가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기관의 협업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B2B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싱가포르와 달리, 홍콩은 경쟁 기반의 시장 주도 생태계 조성을 기본 방향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생태계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향후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의 출현이 기대된다고 협회는 평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기존 금융기관과의 경쟁보다 협업을 지향해야 한다"며 "또 중국과 달리 내수시장이 작으므로 확장성이 높은 B2B 비즈니스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핀테크 생태계의 선순환 구축에는 초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를 통해 장기적인 혁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 핀테크 인재와 스타트업에게도 개방적인 태도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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