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료 해당됨에도 제출 안돼"
"검찰, 제출 누락 배경 철저 수사해야"…기업가치 보고서, 산출근거 놓고 논란 많아

▲ 삼성그룹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산정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검찰에 삼성이 자료 제출을 누락한 배경을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6일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특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그룹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산정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조특위는 삼성측에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검찰에 삼성이 자료 제출을 누락한 배경을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17일 참여연대는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국조특위는 삼성그룹에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과 주고받은 문서내역 전부와 자문 받은 내역 전부'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삼성그룹이 제출한 자료에는 삼정·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기업가치 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정·안진 보고서는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보고서는 '삼성이 국민연금과 주고받은 문서'일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자문 받은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 자료를 국조특위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정·안진 보고서는 국내 대표 회계법인인 삼정과 안진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지난 2015년 5월 기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안진은 19조3천억원, 삼정은 18조4천900억원으로 각각 평가했다. 이는 당시 국민연금의 의뢰를 받은 세계적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평가한 것에 비해 6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를 토대로 삼성은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0.35로 책정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생명·삼성전자 등 그룹 주력사 주식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이 부회장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

이 보고서의 가치 산정 방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지난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용진(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의원은 "삼정·안진 보고서는 회계 법인이 통상 사용하는 정상적인 가치평가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며 "시중의 증권사 리포트를 적당히 취사선택한 후 그 수치를 오류 정정도 없이 평균해서 가치평가를 한 것"이라고 산정 방법의 잘못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또한 "(삼정·안진 보고서는) 증권사들의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평가금액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본다. 그 보고서가 문제가 되면 (작성한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안진에서 요청을 받을 때는 그 방법,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나 여유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작성된 보고서에 높은 신뢰성을 부여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참여연대는 "'합병 시너지 효과'의 핵심으로 삼성바이오를 지목해 온 삼성이 삼성바이오의 가치평가가 이뤄진 삼정·안진 보고서를 누락한 것은 이후 삼성바이오 가치를 3분의 1 수준인 6조9천억원으로 통합 삼성물산에 반영하는 식으로 '고무줄 가치 평가'의 정황을 감춰 삼성 승계의 부정을 숨기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며 "보고서 제출 고의 누락 의혹은 삼성그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국정조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둘러싸고 이미 진행된 수사에 담지 못한 진실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7월 작성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엔 반영돼 있는 삼정·안진 보고서가 국조특위 제출 자료에 누락된 경위와 이를 통해 삼성그룹이 감추고자 한 점은 무엇인지, 내부용도로 작성된 삼정·안진 보고서가 국민연금에 전달되고 국민연금이 이를 의결권 행사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 경위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결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해 분식회계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옛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한 의도적 사업실적 축소 내지 은닉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미래 부채 고의 공시누락 ▲에버랜드의 공시지가 급등을 통한 제일모직 가치 조작 ▲합병 이후 자행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전·후에 걸친 불법 행위 전반에 대해 관계기관들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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