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기업가치 고평가 근거 자료 투명하게 공개해야"
"분식회계 당시 내부 감사인, 현직자 아니어서 불처벌, 규제 실효성 의문"

▲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일간 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내·외부 감사인 처벌의 불공평성 ▲엄정한 감사 평가를 어렵게 하는 국내 회계 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회계사가 소신있게 감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국내 감사 여건을 개선해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 질서를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서 주요 쟁점은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공시 누락과 기업가치 고평가 여부이다.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선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

"콜옵션 공시 누락은 중요한 정보임에도 2013년 감사에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외부 감사인도 몰랐던 것 같다. 재무제표에는 주석 형태라도 지배구조를 바꿀 정도로 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모두 공개돼야 한다. 회사측에서 적절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외부 감사인이 파악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김현수 기자

- 삼성바이오 고평가 부문도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불확실성이 큰 신성장 산업에서 기존 산업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신성장 산업이 위축된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비상장 기업 주식의 가치 평가에 대해 실무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 개인적인 회계 실무 경험을 말하자면 신성장 산업의 스타트업들 중에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공격적인 회계처리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왕왕 있다. 이런 기업들이 제시한 근거란 게 경영자문업체에 100만원 정도 용역비를 지급하고 받은 '찍어 만들어 낸' 보고서들이다. 삼성바이오 또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바이오 산업인만큼 정확한 기업 가치 평가가 쉽지 않았겠지만 동료 회계사들과 '매년 적자 나던 회사가 갑자기 5조원 가까이 평가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삼성바이오는 국내 유명 대형 회계 법인으로부터 평가받은 기업가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가치의 적정성은 삼성바이오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회계법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경영자문업체에서 국내 모 전자회사에게 '휴대폰 사업을 접어라'고 했다고 한다. 만약 그 기업이 경영자문업체 의견대로 따른 뒤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을 경영자문업체 탓으로 돌린다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겠는가. 마찬가지로 회계법인이 제시한 기업가치 평가 자료는 기업 경영에 필요한 참고자료일 뿐이지 회사의 절대적 기업가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삼성바이오가 이전까지 적자 상태였던 기업을 2015년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해 5조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발생하도록 하지 않고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시끄러웠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진정 5조원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직 가시적으로 확실한 성과가 없는 만큼 바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이 아니라 IR(기업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관련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본다."

- 정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할 일은 무엇인가.

"기업가치 평가법이 타당하려면 명확한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 기재된 안진·삼정 회계법인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 자료는 회사가 제공한 정보에 기반 해서 평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재무제표상 5조원의 가치를 평가한 근거가 되는 자체 기업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정보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서도 내부 감사인은 처벌받지 않는 문제점을 성토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당시 내부 감사인은 대규모 회계 부정을 묵인하고도 현재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전략지원 담당(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증선위의 처벌인 '감사해임권고'가 현재 재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면 규제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진다. 임원 자격 관련 법제를 손봐야 함에도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렇게 사회 지배층은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놓고서 외부 감사인인 회계사에게 모두 책임지라고 하면 누가 소신 감사를 하겠는가."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김현수 기자

- 회계 실무상 외부 감사인이 회사 내부 사정을 정확히 감사하지 못하는 데 어떤 점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가.

"법적으로는 독립적인 회계 감사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매우 취약하다. 부적절한 내용이 발견되면 회계사(회계법인)가 과감하게 '감사의견 거절'을 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 회계 법인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으려면 미심쩍은 부분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감사 의견을 거절할 경우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엄청나게 받는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는 의견 거절을 내고 상장폐지를 시키면 박수를 쳐주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이런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적격성 유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고의 분식회계 행위는 사기 행위나 다름없다.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재무적 안정성·투자자 보호를 고려했다지만 '대마불사'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바이오와 비슷하게 5조원 정도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한 대우조선해양은 1년 넘게 거래정지 제재를 받았다. 이에 반해 삼성바이오는 금융당국의 개선 명령은 하나도 따르지 않으면서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거래 정지 한 달 만에 상장 유지 조치가 내려졌다. 증선위는 고의 분식회계를 이유로 거래 정지 제재를 했는데 거래소는 다시 거래를 허용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조치가 이어지면서 제재의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또한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지만 절대선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가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 공시누락에 대해서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만큼 신중한 투자자라면 삼성바이오 주식 매입을 한 번 더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증선위 발표 즈음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 나가는 와중에도 개미 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 주식 매입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진입한 투자자들의 행태가 투기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투자자 보호와 투기 보호가 구별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부문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김현수 기자

- 향후 비슷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외부 감사인 뿐만 아니라 내부 감사인도 엄중하게 처벌해 내부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때 외부 감사인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관련 회계법인의 회계사 3명이 대법원에서 1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해 내부 감사인 상근 감사나 비상근 감사는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져 전혀 처벌 받지 않았다. 이는 '(내부 감사인처럼) 일 안하면 처벌 안 받고 (외부 감사인처럼) 열심히 일하면 처벌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민사소송을 통해 내부 감사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지만 실무적으로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

또한 외부 감사인이 회계 부정이 발견될 때 자유롭게 의견 거절을 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사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외부 감사인의 욕망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독립성의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가치 평가 등 재무제표 수치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이후에는 한 동안 감사를 수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규정은 당해 연도만 수임하지 못하게 할 뿐 다음연도는 문제가 없다. 특정 용역의 경우 향후 몇 년간 재무제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을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지만 투자하지 않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모르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투자를 했다면 본인의 책임 하에 투자해야 한다. 성공에 대한 과실을 향유하는 만큼 실패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하게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 이총희 회장 약력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법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수료 ▲2008년 ~ 2011년 삼정회계법인 감사/재무자문 ▲2011년 ~ 2015년 삼일회계법인 감사/교육 ▲2015년 ~ 2017년 이현회계법인 감사본부 근무 ▲2013년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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