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경종 울려 회계 정의 실현하기 위해 민사 손배 추진"
"금융감독·사법당국, 관련 자료 제출해 민사 손배 진행 도와야"

▲ 지난달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 피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광중 변호사(43ㆍ사법연수원 36기)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나 주요 소송 쟁점과 분식회계 예방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내리고 주식거래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에 삼성바이오 소액 투자자들은 고의 분식회계로 주식 거래정지와 주가 하락을 불러 와 투자 손실을 빚은 회사에 책임을 묻고자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8일 이번 삼성바이오 소액주주 피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광중 변호사(43·사법연수원 36기)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나 주요 쟁점과 향후 대규모 고의 분식회계 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한솔신텍 분식회계 소송,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소송과 회사채 투자자 소송, 스포츠토토 합병반대주주 주식매수가액 결정 소송 등 증권투자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 수행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중 변호사(43ㆍ사법연수원 36기)가 지난달 10일 거래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현재 삼성바이오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1차 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과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공시 누락을 고의 분식회계로 판정 내린 뒤로 집단 손해배상을 준비해 300여명 가까이 소송위임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11월 증선위의 최종 분식회계 판정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런데 최근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재개 결정을 내린 뒤 주가가 상승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소송 의사를 철회했다. 관련 증빙서류가 미비된 투자자들은 제외한 뒤 1월 중에 본격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증선위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 정지된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다.

"기심위 결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전 분식회계 사건을 살펴보면 상장유지가 되더라도 통상 재무제표를 수정한 뒤에 거래재개를 해서 분식회계로 인해 변경된 재무정보를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식한 다음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집행정지가처분을 제기하면서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하지 않았음에도 거래가 재개됐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진실한 재무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중 변호사(43ㆍ사법연수원 36기)가 분식회계 시정을 통한 금융정의 실현 수단으로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거래소, 재무제표 수정 안 된 채 상장 유지 결정…회계 정당성 입증은 아니다

-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다투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번 거래소 상장 적격성 판정 결정으로 자신들의 회계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거래소의 상장 적격 판단은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한 것은 아니므로 상장유지가 행정소송 과정에서 삼성 바이오의 회계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는 없다고 본다."

- 이번 삼성바이오 소액투자자 대리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선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요청이 많았다. 그리고 민사 손해배상은 회계정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분식회계를 하면 받는 제재로 크게 행정처분, 형사처벌, 민사 손해배상이 있지만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이 오히려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행정처분으로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감사인 지정 등이 있지만 새로운 대표이사를 내세우면 그만이고 과징금 금액도 적고 감사인 지정은 사후적인 것에 불과해 분식회계를 막는 장치가 되기 어렵다. 형사처벌도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반면 분식회계를 해서 얻는 이익은 그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민사 손해배상소송은 개인 임원들도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으므로 오히려 실효성이 더 클 수 있다. 금융당국이 구현하려는 회계정의 측면에서 민사 손해배상이 실효성이 더 크다."

- 이번 삼성바이오 손해배상 소송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전망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인지와 분식회계라면 그로 인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이다. 인과관계 문제는 삼성바이오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돼 있다. 이후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므로 지금 단계에서 보다 구체적인 전망은 이야기하기 어렵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중 변호사(43ㆍ사법연수원 36기)가 금융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이 금융정의 실현과 소액주주 피해 구제를 위해서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회계 정의 실현 측면에서 민사소송이 행정소송·형사처벌보다 실효성 커

- 소송 상대방인 삼성은 대형 법무법인에 필적할 자체 법무팀이 있고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정했다. 관련 회계법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강력한 상대와 싸우는 데 두렵지 않는가.


"이런 유형의 소송은 대부분 상대방이 대기업이고 대형 법무법인이다. 그 동안 이들을 상대로 많은 소송을 했고 대부분 승소했다. 삼성바이오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나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쉽게 풀렸으면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을 내리는 등 금융감독당국은 고강도로 삼성바이오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금융위·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분식회계 기업을 징계한 다음 이후 진행되는 형사재판이나 행정소송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분식회계가 아니다'고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회계학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2014년 5월 이전에 선고된 44건의 분식회계 관련 민사 손해배상소송 중에 회계법인이 패소한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증선위가 패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증선위가 직접 당사자가 된 행정 소송에서는 금감원이 감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반면 민사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법원의 요구가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과 증선위는 법원의 요청이나 명령이 있어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사 손해배상소송은 회계 정의 실현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회계정의 실현을 중요한 임무로 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그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반면 같은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한 자료를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제출한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56조의2(기록의 송부등)'에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된 때에 법원은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당해사건의 기록(사건관계인, 참고인 또는 감정인에 대한 심문조서 및 속기록 기타 재판상 증거가 되는 일체의 것을 포함한다)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이나 외부감사법에는 그러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교보빌딩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중 변호사(43ㆍ사법연수원 36기)가 분식회계 방지를 위해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금융감독·사법당국, 분식회계 관련 자료 민사 손배소송에 적극 제출해야

- 검찰쪽 사정은 어떠한가.


"과거 다른 분식회계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됐고 공판 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도 대응을 하지 않아서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것이 2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힌 일이 있다. 그리고 검찰은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형사기록을 법원이 요구해도 거의 제출하지 않는다. 이 역시 민사 손해배상소송 진행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시정돼야 한다."

■ 사외이사, 누리는 명예와 경제적 이익에 맞게 제 역할 충실히 해야

- 향후 비슷한 분식회계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사법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7천억원)를 분식회계한 미국의 엔론사는 회사가 파산되고 제프리 스킬링 CEO(최고경영인)는 당초 24년형이 선고됐다가 피해자들과 합의하면서 최근 풀려난 사례가 많이 비교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대 판례를 보면 너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입법을 통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있는 제도나 잘 적용했으면 한다. 우리 사법부는 '손해부담의 형평'이라는 법리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 피고들의 책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데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다. 상장회사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으므로 사외이사라는 감시 장치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 이는 우리 법이 사외이사에게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통제할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사외이사라는 이름만 올려놓고 명예와 경제적 이익을 누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외이사들이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버티고 법원은 10% ~ 20% 정도로 극히 소액의 책임만을 인정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까 사외이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사외이사가 되고 사외이사가 된 다음에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논의도 많은데 그 제도가 없더라도 이런 점이라도 시정이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외이사 제도를 만들어서 이들이 회사 경영을 제대로 감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으면 그에 걸맞게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의 운용이 절실하다."

■ 김광중 변호사 약력

▲경북 영주 중앙고 ▲연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유한) 한결 금융투자소송그룹 총괄 변호사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자문 변호사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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