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이체·상품추천까지
문자·음성 모두 막힘없이 '척척'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기업들이 '챗봇(chatbot)'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챗봇은 사용자와 AI(인공지능)가 일상 언어로 채팅을 주고받는 메신저로 유통과 금융, 보험,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만 손에 있다면 24시간 상담이 가능해 상담원의 노동은 물론 사용자의 지적 노동까지 줄여준다.

챗봇은 언어(텍스트)와 음성, 이미지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한다. 사용자가 언어와 음성으로 질문하면 챗봇 역시 언어와 음성으로 답한다. 이미지 서비스는 사용자가 첨부한 사진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챗봇의 기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고객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학습한다.

챗봇은 크게 '지능형'과 '시나리오형'으로 나뉘는데, 챗봇 도입 초기에는 정해놓은 단어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시나리오형 챗봇이 주를 이뤘다. 현재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지능형 챗봇이 등장해 고객과의 쇼핑을 돕는다. <편집자 주>

 

신한은행의 AI 챗봇 서비스 쏠메이트 오로라. 사진=신한은행


■ 신한은행 챗봇 '오로라'

4차산업혁명시대 국내 금융권에도 AI(인공지능)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채팅을 통해 계좌 조회와 이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챗봇'과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파악해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 투자 전문가)' 등이 AI 도입의 대표적인 예시다.

'쏠메이트 오로라(orora·이하 오로라)'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AI 챗봇이다.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인 '쏠(SOL)'을 다운받아 접속한 후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면 만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AI 선도 기업이 휴먼봇(Human-bot) 커뮤니케이션과 AI에 인격을 입히는 '페르소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영감을 받았다. 쏠메이트 오로라라는 명칭은 기술 고도화와 동시에 챗봇에 인격을 입히고 광활한 금융 세상의 길을 열어줄 파트너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오로라는 디지털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기존에 전달하기 힘들었던 사려 깊은 금융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고객이 챗봇과 대화 중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톤과 매너를 적용했다.

 

오로라에서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임현지 기자


■ 정말 '채팅'으로 계좌이체가 가능해?

쏠에 접속해 하단에 위치한 챗봇 버튼을 누르면 오로라와 대화가 시작된다. 화면을 살펴보면 상단에는 '계좌조회', '돈 모으기', '돈 불리기', '돈 빌리기' 등 고객들이 자주 찾는 카테고리가 배치돼 있다. 하단에는 '계좌 이체해줘', '대출 가능한지 알려줘', '주택청약 가입하고 싶어' 등 고객이 자주 하는 문의를 대화형으로 나열해놓았다.

채팅을 통해 '계좌 이체해줘'라고 입력하면 오로라는 고객에게 '간편 이체 가입'을 권유한다. 처음에는 이 절차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한 번 가입하면 이후부터는 '초 간단' 이체가 가능하다.

간편 이체에 가입한 후 '스피드 이체(자주 보내는 계좌와 금액을 미리 입력해 놓는 것)'까지 등록해 놓으면 그 후에는 '계좌 이체해줘-보낼 사람 선택-바로 이체' 순서로 터치 세 번 만에 이체가 가능하다. 비밀번호와 계좌, 금액,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절차가 모두 생략된다.

이 같은 빠른 이체 서비스는 타 은행 앱에도 존재하지만 채팅 상에서 가능하다는 점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같은 사람에게 매번 같은 금액을 보내는 상황이라면 쏠 앱에서만큼은 '이체' 버튼 보다 '챗봇' 버튼을 누르는 게 훨씬 빠른 방법이다.

 

돈 모으기, 돈 불리기, 돈 빌리기는 고객에게 맞품형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사진=임현지기자


■ 나를 잘 아는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오로라의 첫 화면을 보면 각각 적금, 예금, 대출의 의미하는 '돈 모으기', '돈 불리기', '돈 빌리기' 메뉴가 있다.

돈 모으기 버튼을 누르면 '적립식 상품 추천해줘'라고 대화형으로 전달되며, 오로라는 '나에게 꼭 맞는 적금', '쏠 한 인기 적금', '입소문 예금·적금', '쏠Rich한 펀드' 등의 상세 메뉴로 응답한다.


이 중 눈에 띄는 기능은 바로 '나에게 꼭 맞는 적금'과 '입소문 예금·적금'이다.

나에게 꼭 맞는 적금을 선택하면 그동안 신한은행을 사용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알맞은 적금 상품을 1위부터 3위까지 추천해준다. 입소문 예금·적금은 '성별·연령·거주 지역·직업군·월 총소득' 등 5가지 설문을 한 후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적금 상품을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다른 챗봇들이 상품을 '소개' 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오로라는 맞춤형 상품을 제시한 후 '가입'까지 가능하다. 약관 동의는 물론 적금 금액과 기간, 날짜까지 앱을 통해 정할 수 있다. 추후 은행을 방문해 '고객 확인 절차'만 이행하면 모든 가입이 완료된다.

이 서비스들은 창구에서 은행원과 상담을 통해 상품을 추천받는 것만큼이나 구체적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이 증가할수록 이 같은 서비스는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원 개인의 실적을 위해 추천하는 상품이 부담스러운 고객에게 오로라와의 상담을 적극 추천한다.

오로라는 음성인식 기능이 뛰어나며, 금융과 관련 없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진=임현 지기자


■ 막힘없이 '척척' 응답하는 금융 메이트

오로라를 사용하면서 다른 챗봇들과 차별화를 느낀 점은 '죄송합니다. 잘 못 이해했어요' 또는 '서비스 준비 중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통장에 얼마 남았지?'라는 질문에도 잔액 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배고파', '날씨 좋아', '보험 상품 있나요' 등 금융과 상관없는 질문에도 '모른다', '죄송하다' 등이 아닌 최대한 적절한 답변과 안내, '혹시 이것을 찾으시나요?' 등 유사 질문과의 연결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바로 음성인식이다.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서비스를 시도했을 때에도 모든 질문의 음성이 정확하게 인식됐으며, 텍스트로 입력했을 때와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러 못 알아듣도록 음성을 입력하자 그제서야 '머리를 맞대고 찾아봤지만 답변을 찾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며 톡 상담사 연결을 제시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성 입력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음성의 길이가 조금만 길어도 중간에 끊어져 다시 입력해야 했다.

■ '톤&매너'를 갖춘 색깔 있는 챗봇

신한은행만의 짙은 파란색에 마치 스마트폰 AI 비서를 사용하는 듯한 화면 구성은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키워드가 아닌 긴 문장으로 상세히 작성된 답변들도 마치 한 사람의 상담원이 응답하듯 성의가 느껴졌다.

적금, 예금, 대출 등을 각각 돈 모으기, 돈 불리기, 돈 빌리기 등의 말로 바꿔 표현한 점과, 금융과 연관 없는 질문에도 각기 다른 답변을 하는 점 등에서 오로라를 제작하는데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오로라를 출시하며 '고객이 챗봇과 대화 중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톤과 매너를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챗봇에 인격을 입혀 금융 파트너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오로라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이 같은 소개가 '근거 있는 자신감'임을 알게 됐다.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 전략본부 본부장은 "초(超)개인화 시대에 발맞춰 고객의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컨시어지(안내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쏠메이트 오로라의 차별화를 추진했다"며 "현재 AI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고객에게 새롭고 다채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로라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기 위한 한 번의 시도가 아닌, 고객 배려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신한은행의 대표 서비스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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