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시민단체, 차등의결권 문제 진단 토론회 개최
"도입하더라도 일몰제 등 부작용 최소화 장치 마련해야"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채이배(바른미래당·비례대표) 의원,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공동 주최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여당이 경영권 보장을 통한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차등의결권(지배주주에게 보통주보다 우월적인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여당의 의도와 달리 '무늬만 벤처' 기업을 양산하며 또 다른 벤처버블을 불러 일으키고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다.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더라도 일정한 조건과 기간이 되면 자동 폐지되는 일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채이배(바른미래당·비례대표) 의원,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공동 주최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 위원장)은 '누구를 위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차등의결권 주식은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를 높여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이나 단기적 수익 압박에서 벗어나 경영자가 장기적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주장되나 경영자의 사익편취 가능성, '(경영)참호 구축'을 통해 기업 투자 유인을 떨어뜨려 자본 확충에 불리하다는 반박도 있다"고 차등의결권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비교했다.

이어 "실증 연구 결과 차등의결권 기업의 프리미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면서 IPO(기업공개) 전환 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창업주가 사망하거나 은퇴하면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일몰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며 "차등의결권 제도의 부정적 효과 때문에 미국 NYSE(뉴욕 증시)는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불허해 왔으며 차등의결권 주식이 허용되고 있던 유럽 대륙 국가들도 2000년대에 이의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의 대부분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금융지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면 비상장기업의 자금 유치비용이 낮아지면서 이로 인한 도적적 해이와 벤처버블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차입의결권 허용의 근거로 제시되는 적대적 M&A도 소버린의 SK주식 매입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고 차등의결권 도입 찬성론을 비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상황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은 비상장 회사를 통한 재벌의 4대 세습의 유력한 방법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아 백해무익하다"며 "도입하더라도 일몰제 등 필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재벌중심의 경제 블록화를 해소해 공정경쟁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디스커버리제(재판 전 증거 열람·교부제도)를 통해 기술 탈취를 방지하고 (재벌 대기업의) 수요독점에 따른 단가후려치기를 막아 (중소 벤처기업에) 혁신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기술과 사업아이템,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기업활동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지 차등의결권 덕분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차등의결권 없이도 큰 성공을 거뒀다"고 차등의결권 도입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서보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차등의결권 도입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도입할 경우 재벌 3, 4세가 비상장 벤처기업을 설립해 경영권 세습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며 "실효성 측면에서도 비상장 벤처기업의 투자 유치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해외 각국에서 창업활성화를 위해 창업절차 간소화,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법 도입 이전 벤처기업법 특례조항으로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차등의결권주식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창업생태계를 활성활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찬성론을 개진했다

채이배 의원은 "경영권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라며 "차등의결권 도입시 제한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대대손손 영구히 경영권 세습 수단으로 악용돼 한국경제의 혁신 동력을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여당의 혁신성장과 관련해 추진되는 정책 중 공정경제와 상충될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인터넷 전문은행 사례에서처럼 현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반대했다가 집권당이 돼 찬성으로 바뀌면서 신중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잘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등의결권은 벤처기업 경영권을 확보해 창업을 활성화한다는 기대도 있고 금융자원 흐름의 왜곡, 황제경영의 위험 등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 내에서도 아직 확정은 아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화 방안을 강구하는 식으로 전향적으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여당내 논의 현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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