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수익 극대화에 따른 효율성 제고가 시급하다. 공기업 부채 상황이 이 같은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무려 645조여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쯤 된다.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본격적인 복지지출 확대가 이제 시작 단계인 시점에 벌써 이런 수준이 된 것은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 핵심 정책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혁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수천억~수조원의 수익을 내오던 공기업들이 작년에 대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과 정원 확대 등으로 고비용 구조로 바뀐 데다 각종 대중영합주의, 곧 포퓰리즘 정책의 총대를 메면서 이익이 줄줄이 새고 있는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 강원랜드 등 국내 16개 시장형 공기업은 작년 1조 1천12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만 해도 이들 공기업 순이익은 총 10조 9천78억원에 달했다. 2년간 순이익이 12조 203억원 급감한 것이다.

우려스런 일은 16개 시장형 공기업 중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8곳은 작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 흑자에서 지난해 손실로 전환한 곳은 6곳이었다. 지난해 조금이나마 이익이 늘어난 곳은 한국가스공사 등 4곳에 불과했다. 독점적 시장 지배권을 가진 공기업들이 대거 적자를 낸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포퓰리즘 정책, 전문성 없는 '낙하산' 경영진, 친노조 정책, 늘어난 준조세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공기업 적자가 누적되면 적기 투자를 할 수 없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훤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정책의 급진성 완화가 절실하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무구조가 가장 빠르게 나빠진 곳은 에너지 공기업이다. 전기를 독점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를 손꼽을 수 있다. 작년 순손실이 1조 1천508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2년 전만 해도 7조 148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 해 수천억원씩 이익을 내던 한국서부·중부·동서발전 등 발전사도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주된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원전 대신 비용 부담이 큰 LNG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크게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한전 전력 통계에 따르면 작년 LNG의 평균 구입단가는 ㎾h당 122.45원, 재생에너지는 168.64원으로 원자력발전(62.05원) 대비 2~3배 비쌌다.

공공기관 개혁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개혁의 당위성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공기업의 기관장들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작년에만 18% 가까이 오른 건 무엇인가 잘못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가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좀 더 피부에 닿으면서, 미래지향적인 공기업 개혁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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