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양국의 틀어진 관계를 풀려고 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달려갔으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되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돌아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합의를 이루는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같이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양 정상은 여전히 린치핀(linchpin·핵심축)인 한·미동맹의 힘을 지속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이고 대화를 위한 문이 계속해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그러나 북한 비핵화 방식 등 핵심 사안을 놓고선 근본적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서로 제 할 말만 하면서 사실상 '노딜'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청와대가 북한 비핵화 동력으로 주장했던 '얼리 하베스트(연속적 조기수확)'와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합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발표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굿 이너프 딜’과 달리 이날 줄곧 '올바른 합의(the right deal)'를 거론했다. '스몰딜'을 요구하는 김 위원장과의 간극이 거듭 확인한 셈이다.
아무튼 대북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던 현 정부의 복안에 차질이 빚어졌다. 뭔가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게 문 대통령의 처지다. 물론 북의 변화에 따른 기대도 없지 않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최룡해는 21년 만에 교체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과 함께 이번에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올랐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에 김 위원장 특사로 파견된 바 있는 최룡해는 김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눈과 귀를 가려온 김영철 대신 최룡해가 대미외교에 나선다면 북·미 간 비핵화와 제재 완화 협상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재역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하튼 북한은 세계조류인 실질적 비핵화에 나서길 당부한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치를 조기에 취해야만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생존과 번영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사실을 인식하길 기대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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