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기에 우리 정부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2020년도 최저임금이 기존 방식대로 산정된다. 파행 중인 국회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정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개정 지연과 공익위원 사퇴 등으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들어 신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이다.
문제는 기존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유지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은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던 터다.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원인이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1년 새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급등, 영세 상공업과 자영업자 등은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일하는 등 후유증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0.9% 오른 8천350원이다. 지난해엔 2017년보다 16.4% 올랐었다.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는 영세상공인들의 하소연이 크다.
당연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올 초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해서 공감을 얻었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객관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노·사·공익위원 간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고용 등 경제지표를 반영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정치적 논란을 벗는 공정성도 기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합리적 방안이라는 평가였다. 종전처럼 최저임금위원회만의 결정은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어 보완 장치를 둠으로써 안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최저임금은 노·사와 공익위원측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해마다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의지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고용노동부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 가운데 노사 양측에 치우치지 않는 이들로 공익위원을 선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정성 논란을 비켜 갈 수는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최저임금 결정체계 유지를 재고하길 촉구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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