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벗어난 3040세대 순이동자수 6만명
접근성 뛰어난 인천·경기 지역 선호 현상 뚜렷

▲ 서울시내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이번 달 결혼을 앞둔 A씨(32), 그동안 모아둔 자금으로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출도 안 나오고 청약 당첨도 하늘의 별 따기. A씨는 서울보다 집값 부담이 적은 경기도권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높아진 서울 집값에 서울을 떠나는 이른바 '탈(脫)서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신혼부부 계층을 위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5일 통계청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30·40세대 순이동자수는 6만1천429명이다. 지난 2017년 4만6천66명 이동한 수보다 33.34% 늘었다. 6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6만2천50명) 이후 처음이다.

이런 탈서울의 원인으로는 천정부지 치솟는 서울 집값과 정부의 강한 규제가 꼽힌다. 서울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규제로 대출한도는 낮아지고, 청약 문턱은 높아져 젊은 세대들의 탈서울화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114 시세 자료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사이 집값 상승률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20.92%(3.3㎡당 2천184만→2천641만원)로 조사됐다. 2016∼2017년 12.87% (3.3㎡당 1천935만→2천184만원), 2015∼2016년 9.01%(3.3㎡당 1천775만→1천935만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규제도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한도 역시 60%에서 40%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금이 많지 않더라도, 기존 아파트의 경우 매매시세의 70%를 대출받을 수 있었고 청약은 계약금 10% 정도만 있으면 가능했다"며 "하지만 LTV가 가격의 절반 이하로 낮아지면서 현금이 없는 30·40세대들의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서울 인구가 경기, 인천으로 이전하면서 건설사들도 이 일대를 중심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지만, 서울보다 낮은 집값으로 부담이 덜 해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 신규 아파트는 대체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경기도에서 분양한 총 20개 단지(민간분양 기준) 중 청약경쟁률 상위 5위안에 드는 단지는 모두 서울과 맞닿은 지역에서 분양한 단지였다.

'위례포레자이(133.33대 1)''힐스테이트북위례(77.28대 1)''한양수자인구리역(10.53대 1)''분당지웰푸르지오(8.81대 1)''수지스카이뷰푸르지오(7.99대 1)'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공급되는 신규 단지도 좋은 성적을 낼지 관심이다. GS건설은 5월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서 '과천제이드자이'를, 대림산업은 성남 금광1구역에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을, 대우건설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3지구 A14블록에서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신도시 및 택지지구들은 서울의 주요 지역인 광화문, 강남 등으로의 출퇴근이 편리하고, 집값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이라며 "특히 이들 지역은 GTX 건설 및 도로 개선 사업 등 개발 호재들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프리미엄 역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울과 인접한 인천, 경기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집값도 비싸 수요가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같은 값이라면 서울의 '헌 집'보다는 경기도의 '새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다만 천만인구의 벽을 무너뜨린 지금의 탈서울화는 경기도의 주택가격과 주거여건이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여건 등과 맞물려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의 탈서울화는 추후 서울에서의 신규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할수록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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