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 확충 숙제속 고배당 정책 ‘충돌’…임직원 불만까지 고조

▲ 명동에 위치한 대신증권 파이낸스센터 전경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지난 2014년 33세의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오르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쏜 양홍석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자본을 키우며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는 사이 대신증권은 여전히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천수답식 영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이를 타계하기 위해 주주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고배당 정책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점차 악화되는 수익성 때문에 이 조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부고객이라 할 수 있는 임직원들과의 이익 공유에는 인색해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양홍석 대표는 대신증권 창업주 고(故) 양재봉 회장의 손자로, 2010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데뷔한 후 2년뒤 대표 자리를 내놨다. 이후 절치부심하여 2014년 사장으로 취임하며 나재철 사장과 투톱 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신증권이 현재 처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의 변화 흐름을 놓쳐 천수답식 영업 고수

대신증권이 지난달 16일 공시한 2019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주식 시장이 호조를 보일때 527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리테일 부문이 올 1분기에는 29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보고서 내용 중 '신용평가에 관한 사항'을 자세히 읽어보면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이 우수한 등급을 받는 이유를 '위탁매매부문에서의 매우 우수한 경쟁지위' 때문으로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위탁매매부문에 대한 높은 수익 의존도'와 '자기매매부문 실적 저하에 따른 순영업수익 점유율 하락 추세'를 부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긍정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해외에 설립된 여러 계열회사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에 그쳤던 해외영업 적자가 올 1분기에는 49억원까지 늘어났다. 2008년 1월 18일 보유지분 100%로 설립된 홍콩 현지법인(Daishin Securities Asia Ltd.)이 2018년 8월 15일 주식매매업 라이선스 반납 등 청산 절차 중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날로 악화되는 수익성에 고배당 정책 흔들

대신증권의 1분기 수익을 좀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단순히 현재 실적 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를 감안한 미래 성장성을 살펴보면 더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대신증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558억원, 4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인 2018년 1분기에 영업이익 743억원, 당기순이익 571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0% 이상 실적이 폭락했다.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2천186억원으로 분기 순이익 2천억원 시대를 열고, NH 등 이제는 경쟁사라고 보기도 어려운 대형 증권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더욱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이미 위탁매매의 비중을 줄이며 투자은행(IB)와 자산관리 비즈니스로 전환함과 동시에 해외시장을 오랫동안 개척해 왔지만 대신증권은 수위권 증권사들의 전략을 흉내만 냈을 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들과 대신증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의 소위 초대형IB들은 인수·합병(M&A),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업무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이익구조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4조원 이상의 회사들은 연일 완판 보도자료를 내며 발행어음 시장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수익원인 자기자본투자(PI) 부문 확충을 위해서도 자본 확충은 필수적이다.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함부로 증자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자신의 보유주식 가치 희석을 반길 주주가 없고, 오히려 배당확대 등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으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사업연도인 2018년 보통주와 우선주의 현금배당수익률을 각각 5.16%와 7.29%로 정했다. 전기인 2017년 각각 4.12%와 6.58%의 배당을 했었던 대신증권은 지난 3월 22일 주주총회를 열며 “전통적으로 주주중심의 경영을 시행해 오고 있고, 향후에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고배당 정책 기조를 피력했다.

대신증권 지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고배당 정책이 주주우선주의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임직원과의 소통에는 인색하면서 고배당을 유지하면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도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회사가 안정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한다는건 장기투자자 확보라는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업들의 성장성이 갈수록 둔화되며 뚜렷한 주가상승 모멘텀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과거 배당에 둔감했던 투자자들도 갈수록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 즉, 주식평가익과 배당소득을 합친 총 수익률 개념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견조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올 1분기 실적에서 대형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내며 미소짓는 가운데 대신증권의 표정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일방적인 소통 방식으로 내부임직원들 반발

대신은 또 다른 악재가 있다. 오너일가가 고배당으로 매년 이익을 챙기는 동안 임직원들과는 수익 공유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7일 "복수 노조를 가진 대신증권이 특정 노조에만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교섭중인 다른 노조의 이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만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4년 대신증권은 동일 산업 노동자 전체 조직인 '산별노조'와 기업단위로 결성된 '기업별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해 공고한 바 있다.

다만 두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실패했고, 회사측은 이들 노조와 각각 개별교섭 도중 기업별 노조 조합원에게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과 ‘경영목표 달성 및 성과향상을 위한 격려금’ 명목으로 각각 150만원씩을 지급키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고 단협 체결 전 기업별 노조 까페 등을 통해 알렸다.

이에 반발한 산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서 받아들였고, 회사는 이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열어 하급심에서 패소하였으나 상고해 최종 패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증권업도 사람이 경쟁력의 핵심인데, 임직원들의 불만에 귀기울이지 않고 회사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대신이 가진 기업문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DNA가 꺾이면 결국 주주, 임직원 모두가 피해자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대신증권이 사면초과에 처했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통 증권업의 쇠퇴 속에 체질개선에 뒤쳐졌고, 자본을 확충해 대형사들을 따라가자니 주주요청 및 지배구조 측면에서 고배당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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