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확행, 가성비, 일코노미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삶의 질 트렌드 때문이 아니다. 주류업계가 최근 소주 출고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오르니 식당들도 소주 값을 천원 더 올려 받는다. 소주 5천원 시대가 왔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 출고 가격을 한 병당 1천15.7원에서 1천81.2원으로 6.5% 올렸다. 라이벌 격인 롯데주류 '처음처럼' 출고가도 한 달 뒤 6.5% 인상됐다. 저도수 제품인 '청하'도 마찬가지. 주류 업계는 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으로 누적된 원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인상 단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발생한 영업 손실분을 매우기 위해 소주 가격을 올렸다는 소비자단체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소주는 물과 주정, 첨가물로 구성돼 있다. '알코올 도수'는 주정이 소주 전체 용량 중 얼마만큼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낸다. 참이슬 후레쉬 도수는 지난 2006년 19.8도에서 최근 17도로 도수를 낮추고 가격은 올렸다. 주정 양이 줄어들고 증가된 물의 가격을 제외하면 소주 원가는 0.9원 절감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하이트진로가 도수 하락을 통해 9억원 가량 추가 이익을 취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소비자에게 피부로 와닿는 부분은 업체 이익이 아니라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다. 소주가 출고가로는 65원 상승했지만 식당에서는 1천원 올랐다. 소주는 메뉴판에 제품 이름 대신 '소주'로 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무학 '좋은데이'와 보해양주 '잎새주'도 식당에서는 같은 소주로 취급한다. 이들도 똑같이 천원 오른 5천원에 마셔야 한다.

맥주 가격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가 50년 묵은 조세법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면서다. 맥주와 막걸리에 한해 우선 적용된다. 종가세는 판매 가격이나 수입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고 종량세는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번 주세법 변화로 국산 맥주와 캔 맥주는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페트나 병, 생맥주, 수입맥주는 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가장 세 부담이 높은 생맥주 세율을 20% 경감해주기로 했지만 딱 2년까지다.

캔맥주 등 세 부담이 줄어드는 제품이라고 해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천원 더 비싸진 소주처럼 물가 상승 흐름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6월, 새해도 아닌데 금주를 다짐하는 지인이 늘어난다. 소주 가격이 밥값과 비슷해지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푸념도 나온다. 술이 서민들 애환을 달래주기엔 너무 비싸진 것 아닐까? 소주에 삼겹살, 치킨에 맥주를 즐기려면 이제 주머니 사정부터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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