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사면초가다. 밖으로는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경제의 버팀목 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고 안으로는 강경 투쟁에 나선 노조와 규제에 막혀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도약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날릴 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건 긍정 평가된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기존에 없던 표현이어서 금리 인하에 무게감이 실린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은 작지 않다. 여러 지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공유 패러다임 확산으로 힘든 자동차만 해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1·4분기 판매가 약 20%나 빠졌다. 기술에서는 유럽·일본,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못 미친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2·4분기에 2천억원(증권사 추산), LG디스플레이는 3천억원 정도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무역분쟁의 최대 화약고로 변한 반(反)화웨이 전선은 반도체·가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G2가 각각 '기업 줄 세우기'에 나서면서 이도 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질 수 있어서다.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례적인 반도체 경영진단에 나선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사실 5월 경상수지 6억 6천만 달러 적자는 예삿일이 아니다. 2012년 4월(-1억 4천만달러) 이후 7년간 지속되던 역대 최장 기간 흑자 행진도 막을 내렸다. 이처럼 G2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대외 환경은 우리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똑같은 대외 환경에서 미국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8% 증가했고, 일본은 0.5% 성장률을 보였다. 우리만 -0.4%의 역성장을 기록한 건 생각할 만한 대목이다.

여하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했고, 노무라는 1.8%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더 비관적 전망이다. KDI는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를 감안,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최근 대외 여건에 따른 하반기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뒤늦게 밝혔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대외 여건의 영향이 60∼70%"라고 분석한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실패가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성 귀족노조, 악성 규제가 시장의 손발을 묶고 있음을 바로 보아야겠다.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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