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조합원 갈등 방관

솜방망이 처벌도 한계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비리조합 덩치만 키워”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관련 비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비리의 온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조합 비리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1∼2016년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 임원 총 34명이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이 가운데 21명이 전·현직 조합장(추진위원장 포함)이었다. 재개발 관련 비리로 구속된 임원이 29명, 재건축 비리로 구속된 임원은 5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가재울3구역, 북아현1-1·2·3구역, 홍제3구역 등이 있는 서대문구에서 조합 임원 14명이 구속돼 가장 많았으며 왕십리뉴타운3·금호17 등이 있는 성동구에서 7명, 가락시영·잠실5단지와 거여2-2구역 등이 있는 송파구에서 4명 등이 구속됐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관련 뇌물 수수와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조합 집단이 창궐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비리 조합'의 덩치만 키운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리와 뇌물 수수가 끊이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미 고착화된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시정하기에는 정부의 대처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한국 감정원은 정비사업의 공사비 검증을 의무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이 같은 달 5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공사비 검증 업무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간 재개발·재건축 비리가 공사기 부풀리기를 통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졌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공사비와 관련된 뇌물 수수와 비리 혐의에 대해 보다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할 때 시공자 선정 후 조합과 건설사가 공사비를 증액해도 조합원은 시공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증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원 20% 이상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경우 조합과 시공사는 한국감정원을 비롯한 정비사업 지원지구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감정원은 공사비 검증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홍보 강화를 통해 ‘알 권리’를 원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상담센터까지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만약 공사비로 인한 분쟁이 진행 중인 조합이 있다면 조합원과 조합의 요청 이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사비 검증업무를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증 절차를 마련한다 해도 이주와 철거 과정중 발생하는 사업시행 변경인가와 일부 이권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조합장 해임 절차 과정의 복잡한 잡음을 과연 정부 정책이 잡아 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시공사와 건설사 그리고 조합 등의 이익이 얽힌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짧아도 수년, 길게는 십수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이를 한국검정원의 공사비 검증으로 잡을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 "그간 굵직한 뉴타운 개발 사업이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서 진행됐지만 정부가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을 방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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