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환경과 동북아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세계 주요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20~21일 이틀간 북한 국빈 방문이 예정돼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수 있을지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목되는 바는 시 주석의 방북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이다. 북한으로선 시 주석이 방북할 경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 우군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연달아 나서며 비핵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북한이 막상 협상 시작 후 미국에 강경히 맞설 수 있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중국이었던 것이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의 태도가 고착화되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질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방북 배경에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20일은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일주일여 전이다.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양자 회동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29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 점도 흥미롭다.

시 주석이 6월 방북을 강행한 배경은 다목적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4번에 걸친 방중에 대한 답방을 넘어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파상공세에 이어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무역협상 담판이 될지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이 절실해진 이유다. 방북을 통해 현재 얼어붙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상처 입은 시 주석의 정치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2005년 방북 이후 14년 만이다. 초미관심이다. 그런 만큼 중국의 대승적 자세가 요청된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과 직결되는 원유(原油)의 90% 이상, 식량도 거의 중국에 기대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국에 걸맞게, 시 주석은 방북 기간 북이 비핵화를 실천하고 개혁 개방에 나서도록 설득하길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안정의 출발을 위한 충실한 가교역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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