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기상여건 호조로 작황 호황'이라는 말을 들으면 잘 된 농사를 떠올리겠지만 올해 양파 농사는 잘 돼도 너무 잘 됐다. 유난히 포근했던 지난겨울을 지나 올해 4월 이후 적당한 강수량과 따스한 봄 날씨까지 이어져 10cm가 넘는 대과 양파가 대량 출하됐다. 재배면적은 평년과 비슷했지만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급 과잉으로 양파 가격은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폭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양파는 정부의 생산조절 정책으로 양파 재배면적이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5만톤 정도 더 생산될 전망이다. 이달 초 도매시장에서 양파 평균 가격은 20㎏ 기준 1만186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내려갔다. 2년 전보다는 무려 44%나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양파 가격 안정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양파 2만6000톤을 추가 수매했다. 수출물류비 지원도 ㎏당 204원에서 274원으로 늘렸다. 지자체도 양파 사주기 운동과 수확 일손 돕기, 수출 확대 등 상생 마케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GS수퍼마켓과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은 최대 반값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양파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파 소비 촉진에 대해 임시방편 땜질이 아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초농산물 공공 수매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농산물 공공 수매제는 농산물 일부를 국가가 사들여 비축하고 방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안군과 전남도의회 등에서는 주산지 위주로 재배면적 등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농산물 주산지 보호 특별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이미 양파 출하 전 제기됐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농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의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였다. 이미 지난해 생산된 재고 물량이 많고 소비까지 둔화돼 양파 가격 폭락은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농민과 지자체 요구에도 정부는 또 한 번 양파 가격 폭락 사태를 맞이했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농산물 수급 대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해마다 거듭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한다. 소비자와 농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 정책 개편 방안이 검토, 적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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