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조합원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습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조합 내부의 비리 사실을 안다 해도 사업이 지체될까봐 입을 열지 않아요."

미니신도시급 재건축 단지 헬리오시티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조합장의 비리와 횡령 등 온갖 의혹이 난무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반대로 앞장서서 조합을 반대하는 단체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합장의 비리를 함구하던 직접 나서던 사업이 지체되는 점은 똑같다. 조합과 비대위 간 소송이 계속되며 사업이 미뤄지기 때문이다.

어느 재건축·재개발 현장이라도 비대위가 세워지기 마련이다. 조합의 비리 행위를 지적하고 견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비대위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근절되지 않는 정비사업장의 비리 때문일 것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지난해 정비사업 조합 비리를 합동 점검해 지난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 정비사업 현장 5개 조합에서 조합 운영, 시공사 입찰과 관련해 107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비리를 완전히 뿌리뽑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정비사업 비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조치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 시정명령과 행정지도에 그친다. 정비사업 수주 비리를 뿌리 뽑지 못하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점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생활형 적폐'로 규정한 것이 무색해지고 있다. 비리 행위에 가담한 시공사와 조합에 보다 강력한 처벌 조치가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7개월 만에 반부패 회의를 열고 재건축·재개발 비리 등 9대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미흡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 점은 다소 긍정적이다. 조합 정관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어기는 등 위법한 사실에 대해선 고발조치나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처벌을 주문해야 한다. 시공사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조합장에는 제명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물론 갑작스러운 처벌로 인해 정비사업이 지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비리는 결국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 결국 부패로 멍든 재건축 현장의 피해자는 조합원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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