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자부 장관 "삼권분립 위반 깊은 유감"
"G20 합의 정신에도 위배…업계와 소통, 피해 최소화 노력"

▲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중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오전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 및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했으며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아침 일찍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성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이태호 외교부 2차관,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동향과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경제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간 경제분야에서 일본과의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오늘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G20정상회의 선언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오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의 배경 원인을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며 "이는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태가 진전되지 않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