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은 대신 신흥국 채권 리스크도 커

▲ 사진설명:6월 중순까지 이어진 KB증권 해외채권 전국 세미나(사진제공 KB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전쟁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해외채권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성장성이 있는 지역의 글로벌 채권은 안정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채권투자 매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투자 제안의 배경이다.

그 가운데도 미국 등 선진국 채권과 더불어 브라질채권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완화돼 금리가 떨어질 때 수혜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라질 연금개혁 통과 가능성이 높아져 브라질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브라질 채권으로 고통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신흥국 채권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너무 간과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판 와타나베부인이 생겨나도록 삼성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삼성증권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 부분에 강점이 있어 고액자산가(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들을 고객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 리스크를 많이 지고 큰 수익을 노리기 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 투자를 하는 고객이 많다. 수익보다 절세에 관심이 더 큰 고객들이다.

‘와타나베부인’은 일본의 경제거품이 붕괴된 1990년 이후 일본인들 사이 유행한 투자방식을 상징하는 단어다. 우리말로는 ‘아줌마 투자부대’ 정도에 해당하는 말로 엔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을 이용, 일본 내에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해 금리차에 의한 무위험 재정거래(Arbitrage)로 수익을 얻는 '엔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한국판 와타나베부인을 만들겠다는 삼성증권의 설명은 국내 대비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있지만 안정성이 있는 해외채권투자로 고객의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설명인 셈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지난 8일 “브라질 연금개혁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향후 10년간 1조 헤알 가량의 재정지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당초 7000억 헤알을 제시한 테메르 정부안이나 의회통과 예상규모로 이야기된 5000억~7000억 헤알을 상회하는 수치로 브라질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내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면 최소 20%에서 최대 80% 정도의 수익을 낸 것으로 보여진다. 채권임에도 10%를 넘나드는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이 있고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에 여러가지 혜택이 있으니 국내 주식에서 고개를 돌리는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증권사들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2일부터 브라질 국채 이자를 헤알화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존에 달러화로 지급하던 이자를 현지화인 헤알화(BRL)로 지급해 바로 브라질 채권 추가매수가 가능토록 유도하기 위한 서비스다. 2009년부터 브라질국채 중개를 시작한 NH투자증권은 브라질 현지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고객들에게 설명회를 열고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앞서 KB증권은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서울,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울산 등 6개 도시를 돌며 해외채권을 설명하는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었다. 미국 국채와 브라질 국채 등이 주요 설명 대상이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와타나베부인은 엔화가 저평가된 2007년까지는 재미를 봤지만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2008년 호주채권에 집중 투자했던 사람들이 1년만에 수익률이 반토막나며 아픔을 본 경험이 있다”며 “주식은 수익률이 떨어지면 손절이라도 할 수 있지만 채권은 디폴트가 나면 원금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정치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흥국 채권을 안전자산과 동일시 하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며 “세상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진 투자상품은 없는 만큼 2012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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