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WTO 제소·일본 참의원 선거 등 양국 일정 변수

일본, 한국 대상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일본이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가 對 한국 수출규제 관련 추가 보복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한국의 대응에 따라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한국대법원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우리 정부가 답변에 응하지 않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 등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가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중재위 설치가 한일 청구권 협정상의 의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일본 무역 보복의 시발점인 만큼 한국 정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부가 보수표를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국에 대한 수출 보복 조치 이후에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등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또다른 카드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달 예정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도 관심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북핵 및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 등을 위해 체결한 이 협정의 효력은 1년 단위로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위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된다. 양국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자동 연장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의 명분으로 '대북제재 위반'을 거론한 점을 고려할 때 협정 유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일본 측이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 전반에 피해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다음달 22일께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에 관한 의견수렴과 각의 공포 등 일본 내부의 의사절차 일정 등을 감안한 시점이다.

현재 일본의 백색국가로 지정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7개국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일본과 한국은 경제·산업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어 백색 국가 배제 조치가 이뤄질 경우 양국 산업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추가 보복이 이어질 경우 이에 대응하는 상응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정부는 WTO 제소 방침 이외에는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는 주요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도 얘기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맞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총 29개국)에서 일본을 제외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일 외교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주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 역시 지금까지는 미국 등을 통한 외교적 맞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본의 추가 보복이 구체화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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