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안전"포스코 '이익경영' 도마위…최정우號 사고 연이어

- 메가톤급 예산 '안전경영'무색

- 작년 7월 최정우號출범이래 산업현장 굵직한 사고 연이어

- 지난 11일 포항제철소 근무자 화상에 다발성 골절로 사망 밝혀져

- 광양 니켈추출 공장 폭발사고에 35m 높이 크레인서 숨진 사고도

- 크고 작은 설비 사고도 비일비재

- 대량 수증기 유출로 신고 소동, 제철소 정전에 고로 멈춰서기도

- 최회장 취임후 현장인력 대폭축소

- 원가 절감…지난 3분기 최대실적 일각선 '목숨 바꾼 실적'비판도

- "장기적으론 경영수장으로 부적격" 그룹내부서도 부정적 여론 '고개'

- 노조 "막대한 안전예산 다 어이데 썼길래 사고 예방 못하나"불신 

▲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안전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포스코그룹이 사망사고가 유독 많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잇단 사망사고로 인해 안전 경영이 물거품 된 것은 물론, 오히려 안전은 뒷전인 채 '이익 경영'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5월 1조원이 넘는 돈을 3년에 걸쳐 '안전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같은 말이 무색하게 올해 들어서만 4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포스코가 올 3분기에 별도기준으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액과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두고 '근로자의 목숨하고 바꾼 실적' 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취임 1년이 되는 이달 27일이 '우울한 취임 1주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만 4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는 등 굵직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한 후 각종 사망사고는 물론 설비사고까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포항제철소에서 코크스 원료 보관시설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A(59)씨가 팔뼈가 부서지고 화상을 입은 상태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사망한 A씨와 같은 공장에 근무하던 B(36)씨는 회식 후 연이은 술자리에서 원인을 모른 채 이달 1일 돌연사 했다. 포스코 직원들에 따르면 "최근 B씨의 업무가 많았다"며 업무과다로 인한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니켈 추출 설비 공장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터졌다. 또 올해 2월 2일에는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에서 근무하던 C(56)씨가 지상 35m 높이 크레인에 끼여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사람 목숨과는 관련 없지만, 크고 작은 설비 사고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파이넥스 공장에서 6분간 대량의 수증기와 연기가 쏟아져 나와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에 관계당국이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인근 해도동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분진이 날려 와 차량과 주택에 내려앉기도 했다.

광양제철소에서는 이달 1일 정전사고로 인해 5개의 고로가 멈춰서는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일부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사고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명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끝이지 않자 포스코 내부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부터 포스코 내부에서는 포스코그룹을 이끌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적합한 인물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포스코를 경영할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선 내부에서조차 의문부호를 달았다.

실제 최 회장은 포스코의 유일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였던 김만제 전 회장이 퇴임한 1998년 이후 20년 만에 나온 첫 非서울대·창립 후 첫 非엔지니어 출신 CEO다.

그룹 내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과연 적절한지 내부에서조차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당장의 위기를 구원할 수 있는 인물일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스코를 이끌 수장으론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 회장이 그간 포스코에서 일어났던 사망사고를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했기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안전을 위해 무엇을 최우선 순위로 꼽아야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이 최 회장의 안전경영 무능을 입증하는 하나의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오히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취임 후 현장 인력을 대폭 축소하며 원가 절감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3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7조9055억원, 영업이익 1조948억원, 영업이익률 13.8% 등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목숨하고 바꾼 실적' 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 최 회장은 "안전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으로서 '위드(with) 포스코의 근간'이라고 경영 철학을 앞세운 바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근로자들의 목숨을 잃자 노조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위드(with) 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포스코 노조 사이에서는 최 회장이 안전을 위해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과 관련해 "도대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어디에 사용했길래 안전사고 예방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냐"며 "1조원이 넘는 돈이면 현장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도 남을 돈이고 그렇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포스코가 현재 인력 부족으로 인해 경쟁사인 현대제철에 비해 더 많은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한 명의 작업자가 점검해야할 장소가 점차 넓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할 작업량도 한계에 이르러 사망 사고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재해예방 대책 예산의 쓰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다. 또 노조의 인력 부족 호소에 대해서는 "설비자동화와 무전기 보급으로 혼자 작업이 가능하고 포스코 내부 매뉴얼에서도 그렇게 나와 있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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