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차·차선이탈방지보조 서비스 등 초보 운전자 안전 제고
현대차, "자동차 업체 '안전' 노하우 바탕, ICT 혁신 통해 자율주행 서비스 향상 박차"

▲ 자율주차 개념도. 자료=현대·기아차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운전면허증을 갓 딴 초보 운전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주차 문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주행은 정해진 차선만 지키면 되기에 비교적 수월하지만 좁은 구역에서 주차된 차들 사이에 자신의 차를 집어넣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초보 운전자라면 핸들을 조그만 틀어도 옆 차와 부딪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경험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실제 주행 시간보다 주차시간이 훨씬 많이 소모돼 이동의 편의 증진을 위해 시작한 자동차 운전 연습이 고역이 되기도 한다.

◇ 클릭 한번으로 깔끔한 스마트 주차 기능…초보 운전자 주차고민 해결사

하지만 이런 고민도 자율주행으로 해결될 모양새다.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4차산업혁명 시민아카데미' 탐방객들과 함께 찾은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주 연구소에서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원격조종장치를 통해 명령을 내리면 자동차 스스로 알아서 주차(원격스마트주차·RSP)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먼저 운전자가 두 차 사이의 빈 공간 앞에서 정차한 뒤 문을 열고 나와 손 안의 리모콘(원격조종장치)을 누르면 자동차는 전방으로 조금 전진했다가 후방으로 거의 직각으로 회전하며 두 차 사이로 들어갔다. 이어 운전자가 다시 리모콘을 누르자 두 차 사이에 주차해 있다가 차로 상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나와 운전자가 탈 수 있도록 원래 정차한 위치에 섰다.

현대차 엔지니어가 리모콘을 쥐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핸들이 움직이자 현장 탐방객 중 한 명이 "리모콘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엔지니어는 "주차, 출차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움직인다"고 웃으며 답했다. 탐방객들은 매끄러운 자율주차 서비스에 놀라워하며 "이 서비스가 널리 활용되면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좁은 주차 구역 내에서 운전자 없는 상태에서 매끄러운 자율주차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자동차 전후 좌우 총 16개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주변 정보를 취합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와 리모콘간 거리는 1.5m 근거리에 있어야 한다. 다음 버전에는 카메라와 라이다 기능을 접목해 사선주차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주차장 내를 배회하다 빈 자리를 찾아 자율주차가 가능한 콘셉트 전기차 영상을 공개한 현대차는 현재 자동차가 탑승객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주차장을 찾아 스스로 주차까지 진행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자율 발레파킹 시스템(AVPS·Auto Valet Parking System)'이라는 이 기술은 주·출차를 대신해 주는 발레파킹과 자율주행 서비스를 접목한 개념이다.

자율 발레파킹 시스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레벨4(운전자의 간섭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완전한 자율주행)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돼야 한다. 또 주차 관리 시스템(관제 인프라), 정밀지도, 텔레매틱스, 고정밀 실내 측위 등의 기술 융복합도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해당 기술이 완전 자율주행 차량 출시를 목표로 하는 2025~2026년 이후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차선이탈방지보조 서비스, 일정한 속도로 주행시 운전자 활동 편의 제공

이어 선보인 기술은 차선이탈방지보조(LKA) 서비스다. 운전석에 앉은 현대차 엔지니어가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100Km/h로 놓고 핸들에서 손을 떼자 차가 계속 주행했다. 핸들 방향을 조금 틀자 차가 옆으로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다시 핸들이 원래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차도 차선을 지키며 본래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주행 중에 급한 전화를 받아야 해서 핸들에 손을 뗄 때 요긴해 보였다.

현대차 엔지니어는 "로봇청소기가 방에 가상의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움직이듯이 차가 차선과 주변 사물들을 인식해 가상의 선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동한다"며 "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로봇청소기 알고리즘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서비스도 시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내린 비로 노면에 물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만일의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이 시연은 취소됐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 다양한 풍속과 습도의 주행 환경을 실험하는 풍동시험장

자동차는 대기를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힘을 받는다. 가장 큰 힘은 전면에서 받는 마찰력이고 이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 형태를 갖춘다. 또 고속으로 주행하다 보면 매끄러운 하부를 지나는 바람은 속도가 빠른 반면 튀어나온 상부를 지나는 바람은 속도가 느려지면서 떠오르는 양력(揚力)의 문제도 있다. 주행중에 옆면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힘도 받는다. 이러한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전복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어 찾은 풍동((風洞·wind tunnel) 시험장은 이런 고속주행 환경하에서 자동차가 받는 다양한 힘들을 면밀히 분석해 탑승자가 안정감 있게 주행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안을 연구하는 곳이다. 외관상 3층 높이 건물 형태인 풍동시험장은 그 자체가 거대한 기계 장치였다. 모터를 통해서 최대 풍속 200Km/h까지 구현이 가능한 인공 바람은 시험용 자동차에 부딪힌 뒤 타원형 터널을 통해서 빠져나가면서 순환하는 구조로 돼 있다.

또 이 풍동 시험장에는 전자기기 제조회사 연구소에서 본 방음장치가 돼 있었다. 고속주행과정에서 조용한 차체 내 환경을 구축해 차내 전자기기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음 성능 향상 실험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탐방객 중 한 명이 "소형차는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뜨는 것 같다"고 물으니 현대차 엔지니어는 "통상 중형차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하더라도 안정감이 있다"며 "하지만 소형차는 연비가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안정감을 일정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비와 안정감 모두 자동차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자동차 종류별로 중심을 둔 요소에 맞춰 다른 요소를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풍동시험장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 눈보라가 치는 상황, 중동 지역의 모래바람 등 극한적인 상황을 가정한 다양한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 남양연구소, 다양한 실험 환경 만들어 현대·기아차 신차 개발 산실 자리 잡아

지난 1995년 설립된 이래로 현대·기아차 신차 개발의 산실로 자리 잡은 남양 연구소는 전체 면적이 350만㎡(105만평)로 웬만한 신도시 규모와 비슷하다. 그 중에서 주행시험장 크기는 70만평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심적 위치에 있다. 주행 시험장은 34개 시험로에 71종의 노면이 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경. 사진=현대·기아차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노면을 그대로 가져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유럽의 마차가 다녔던 박석이 그대로 깔린 벨기에식 도로(Belgian Way), 볼록볼록 거북등 도로가 특징인 미국 롱비치 해안도로, 우리나라 서해안 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또 스프링클러를 배치해 인공적으로 물기를 머금게 함으로써 빙판길 등 저마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는 스웨덴에 한 겨울 혹한기 상황을 염두에 둔 실험장이 있고 미국 모하비 사막과 스페인에는 혹서기 실험장도 구비하고 있다.

특히 고속주행로는 4.5Km 길이로 자동차가 전복에 이를 수 있는 최대 43도의 경사로로 꾸며진 극한의 시험장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차 자체 평가로 A, B, C 등급을 받은 운전자 중 A급 운전자만이 최대 속도 25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주행로에 하루 운행할 수 있는 차량도 30대로 제한함으로써 안전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남양연구소 안에서는 앞뒤로 위장막을 친 다양한 차종의 개발차들이 주차돼 있거나 주행 테스트를 진행중에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소내 8500여대의 차가 있으며 그 중에 경쟁사 차 600여대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글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기존 자동차에서 구현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는 혁신(Revolution)을 추구하고 있다면 자동차 업체는 기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를 하는 진화(Evolution)를 모색했다"며 "하지만 기존 자동차 업체가 쌓아 온 수십년간의 안전 노하우를 ICT 업체가 쉽게 따라 올 수 없는 만큼 지금은 ICT 업체와 자동차 업체가 각자 비교 우위에 있는 부문에 주력하면서 상호 협력함으로써 최상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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