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반열의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직격탄을 맞자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신제품 시리즈, 가격전쟁을 하는 입장에서 중국산 아이폰 시리즈가 관세만큼 비싸지면 삼성전자에 밀린다고 아우성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 타계 이후 최고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팀 쿡 애플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와 불리한 게임을 하게 됐다면서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팔고 있는 아이폰 시리즈가 관세폭탄 때문에 베트남과 인도에서 제조한 삼성전자 갤럭시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인상되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팀이 관세에 대해 말했다”며 “그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말한 얘기 중 하나는 최고 경쟁자인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로선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낸다면 힘든 일”이라며 “그가 아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뉘앙스는 애플이 중국산 아이폰 시리즈에 대해 제한적으로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과 함께 세계증시 시각총액 4인방중 하나로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라 관세폭탄 여파는 주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 6일 뉴욕증시에서 관세폭탄에 이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하룻밤사이에 이들 주요 5인방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시총이 우리 돈으로 200조원이 날아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이 날때마다 본인 재직시 미국이 역사상 최고의 주가지수를 보이고 있다고 자랑하다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이 미국 기업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그 여파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자 공세적인 움직임이 멈칫하는 모양새다. 당장 9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도 12월로 3개월 연기한 상태다. 이와 함께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에 대한 관세를 예외 조치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서 여타 중국의존도가 높은 소비재 제품까지 확산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6일 미국이 중국산 340억 달러 규모, 818개품목에 대해 전격적으로 25% 관세부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관세폭탄 전쟁에서 중국도 340억 달러 규모, 545개 품목 맞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같은해 8월 23일 미국은 추가로 160억달러 규모, 279개 품목에 25% 관세부과를 때리자 중국도 114개 품목, 160달러규모에 대해 25% 관세부과로 맞불을 놨다. 이어지는 보복관세는 모든 제품으로 확산됐고 9월1일부터 부과키로 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는 휴대폰, TV 등 생활용 전자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전자제품에 애플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애플이 뉴욕증시 나아가 세계증시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아이폰 시리즈만큼 민감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아이폰 출시로 노키아, 블랙베리, 삼성 애니콜 등 국제 휴대폰시장이 아이폰 단일화로 재편되면서 단숨에 세계 시가총액 1위와 시장 점유율 1위를 감안하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팀 쿡의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사정은 일본 아베 정권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 수출하는 소재와 부품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에 겁주려던 수출규제가 자국 기업들의 주요 고객이탈이라는 부메랑으로 직면하자 알듯 모를듯 한 부분 해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국에 대한 3개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칩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일본산 포토레지스트가 21일 한국에 들어왔다. 일본 업체의 수출 신청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공식 발효한 지 49일 만에 처음이다.

일본의 소재 업체들은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로 인해 주요 수출 대상국인 한국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자 경영난 우려를 호소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우회 수출 길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와 아베 정권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피해가 자국 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일 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까지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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