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안가·엔지니어, 대화·소통으로 상호 이해해 스마트기술 정책 내놔야
민원기 과기부 차관, "AI, 인류 유익하면서 위험 최소화하는 방안 강구해야"

▲ 서울대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층)에서 '우리는 AI를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해 단순 윤리 차원을 넘어선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별 국가나 단체가 아닌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 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데이비드 에델만 미국 MIT 기술경제국가안보 프로젝트(TENS) 책임자는 서울대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층)에서 '우리는 AI를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델만 책임자는 전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미디어·기술에 대한 정책조언을 했다.

에델만 책임자는 "AI는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육 수단으로 학생들의 맞춤형 학습에 기여하거나 암을 비롯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집의 화재를 예방하는 예측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등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머신러닝(기계학습) 시스템을 활용해 공공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초기 의도와 달리 공정성의 측면에서 특정계층을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법은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업데이트돼야 한다"며 "인공지능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이를 규율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비행기를 만들면서 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에델만 책임자는 "인공지능기술을 규율하기 위해 관념적인 '인공지능 윤리' 차원이 넘어선 구체적인 정책 차원의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를 만드는 데에는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 거버넌스는 대중의 참여를 포함해야 한다"며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하는 엔지니어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입안가들은 정책과 엔지니어링이라는 양 영역을 모두 배우고 공적·사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스마트한 기술 정책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델만 책임자는 "인공지능은 어떤 추상적인,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아니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경계한 뒤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유익하게 쓰이면서도 우리를 거스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 2차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앨런 튀링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래로 많은 사람이 인지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1956년 여름 미국 다트머스 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AI를 통해 빠른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AI겨울로 이어졌다"고 초기 AI 개발사를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2015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우리는 지금 AI개발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눈뜨는 순간부터 AI를 이용하고 있다. 시리든 빅스비든 AI비서기능으로 일정을 받고 신용카드를 쓰는 순간 무슨 책을 살 것인지, 무슨 음악을 들을 것인지 추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와 함께 여러 가지 효용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치료하지 못했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나 천문학 등에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슈퍼인텔리전스(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에 도달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며 "과거 핵무기 개발시에는 각국 정부라는 이해당사자가 명확히 확정됐지만 AI는 이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누구라도 AI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 컴퓨팅 계산능력은 1980년대 슈퍼 컴퓨터를 뛰어 넘는다"고 AI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에 "모든 과학자, 정부, 단체, 국제기구 등이 협업해서 AI가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가 바로 해답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AI 관련 문제를 해결수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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