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종료 이유에 대해“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소미아(GSOMIA)는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앞글 자를 딴 것이다. 협정을 맺은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은 물론 제공 경로와 제공된 정보의 용도, 보호의무와 파기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협정을 체결해도 모든 정보가 상대국에 무제한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상호주의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선별적인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

우리 정부는 현재 34개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약정을 체결한 상태로 우리나라가 앞서 32개국과 맺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에서는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으로 정했다. 다만 일본과 2016년 11월 23일 33번째로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되 기한 만료 90일 전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1년 연장되는 조건이었다.

그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한국에 대한 수출우대국에서 강등시킨 만큼 우리도 일본과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판단했다는 게 정부측 입장이다.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의 주력 수출기업에 필수적인 소재공급을 안보이유를 들어 규제하고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국익에 부합되지 않은 조치를 취한 만큼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지소미아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외수출 20%를 넘게 담당하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칩, 휴대폰을 포함한 가전제품 제조의 핵심 소재를 일본이 뜬금없는 안보상 이유를 들어 규제에 나선 것은 어느 이유로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이 제조하고 있는 반도체칩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안보상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소미아는 사실 미국의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 안보의 큰 틀 안에서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체결된 만큼 미국 입장에 대한 정부의 의사타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알고 싶은 것이 있어 미국 백악관과 상하원을 찾았었다"면서 "미국이 한미일 삼각공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 위주의 아시아 외교정책 운영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중재를 요구하는 순간, ‘글로벌호구’가 되고 반대급부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부 발표중 국익차원에서 지소미아를 종료했다는 대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 차장은 "우리가 안보 분야에서도 외부 세력의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부품소재와 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군사 분야에서도 "우리도 빨리 저궤도 정찰용 인공위성을 만들어 올려야 한다"고 미국 방문이후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의 시진핑 체제에 대응해 중국의 육상과 해상 세계화 전략인 일대일로에 맞선 한미일 공조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중국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와 위챗를 통해 “중국은 이미 1842년의 중국이 아니다“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콩나와 팥나와’ 하는 영국과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 당시 청나라는 1842년 아편전쟁에 패한 후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을 맺고 홍콩을 영국에 넘기고 광저우·샤먼·푸저우·닝보·상하이의 5곳을 개항해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2위로 부상한 중국이 이젠 그 때가 아니라는 경고다.

일본이 지난 1910년 한일병탄으로 한반도를 강점한 이후 1945년 패전후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가 했지만 1965년 한일협정을 내밀면서 아베 정권은 틈만나면 지난 강점기 시절을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국가 간 약속과 일본 회사와 그 회사에 속했던 한국 근로자들간의 근로관계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양국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베정권은 국가간 맺은 약속을 지키라고 주문한다.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로, 일본의 제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국가에서 군사비밀정보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을 제외시킨 것은 그들 스스로가 한국을 적대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총이나 칼을 든 사람만이 적이 아니라 우리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한국 주력 수출기업에 핵심소재를 끊는 것도 총이나 칼을 든 이들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 않다. 우린 일본 자객들이 칼을 들고 황제를 겁박하고 황후를 난자한 지난 1910년 한일 병탄 시절이 아니라는 것을 아베 정권은 되새겨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