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골드윈에 매년 배당금·로열티 지급
미쓰이물산, 골드윈 2대주주로 알려지며 파장

▲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패션업계의 신화’ 반열에 올린 국내 아웃도어 업계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배당금 및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매년 일본에 지급한 수백억원대의 금액이 대표적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미쓰이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무려 1000억원 수준의 비용을 전범기업 계열사가 2대주주로 있는 일본 모기업에 지급한 것은 물론 심지어 대규모 투자까지 단행했다는 점 등이 알려짐에 따라 전범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더이상은 피해가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일본 골드윈에 매년 수백억원대 비용 지불…‘배당금·로열티 명목’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영원아웃도어의 제 27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일본 골드윈에 25억1500만원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각각 52억100만원, 31억7500만원, 19억5400만원 등을 지급한 바 있다. 2014년부터 5년간 영원아웃도어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15.5% 가량을 골드윈에 배당한 셈이다.

이는 영원아웃도어가 영원무역홀딩스와 일본 골드윈이 6대 4 비중으로 자본을 출자해 설립한 합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영원아웃도어는 스포츠의류의 제조판매와 관련 상품의 판매업을 영업목적으로 1992년 10월 15일에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설립, 1992년 11월 14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된 비공개 법인이다.

보다 상세한 지분율은 지주회사 격인 영원무역홀딩스가 59.3%, 일본 골드윈이 40.7%다.

사진=김현수 기자

이 같은 계약은 영원아웃도어 설립 이전 이미 일본 골드윈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영업 총괄라이선스를 보유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홀딩스는 계열사인 영원무역이 국내 시장 론칭 이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노스페이스 제품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제작한 인연을 바탕으로 노스페이스의 국내 론칭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간 생산만 도맡았을 뿐 미국 본사인 VF코퍼레이션 측과 판권 등에 대한 계약은 진행한 바 없었기에 아시아영업 총괄 라이선스를 보유한 골드윈과의 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 론칭을 진행했다.

현재 상표권 사용 등과 관련해 회사가 골드윈과 체결하고 있는 기술도입계약은 골드윈 브랜드 로열티와 노스페이스 브랜드 로열티 총 2가지다. 계약만료일은 각각 합작투자계약의 만료 혹은 라이센스 합의 해지 시와 2022년 12월 31일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계약의 경우 통상적으로 브랜드 로열티로 순매출액의 5%를, 디자인 등에 대한 수수료로 매입액의 7% 수준을 계약 만료 시점까지 매년 계약사 측에 지급해야만 한다.

실제로 영원아웃도어가 일본 골드윈에 지난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배당금 및 로열티 등으로 지급한 기타비용은 무려 91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설립 초반 10억원이었던 자본금은 수차례의 증자를 거쳐 지난해 말 30억원까지 늘렸지만 설립 20여년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도 지분율에는 변동을 주지 못했다.

대신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와 자회사인 영원무역이 지난 2012년 일본 골드윈의 지분 14%를 확보하며 1대 주주에 오른 만큼 배당금의 일부를 국내로 환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9년 3월을 기준으로는 지분율을 17% 수준까지 확대했다.

또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구 골드윈코리아)가 모회사인 골드윈의 지분을 인수하는 일종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함에 따라 양사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400억원 내외 수준이었던 투자금액의 가치가 현재 10배 이상으로 상승한 만큼 충분한 승산도 얻었다는 설명이다.

◇ 골드윈 2대 주주, 대표적 전범기업 그룹사 ‘미쓰이물산’

그러나 문제는 영원을 이은 골드윈의 2대 주주가 A급 전범기업의 그룹사인 미쓰이물산이라는 점이다.

도쿄 증권 거래소에 공시된 골드윈사의 상장 회사 세부 사항(기업 지배 구조 정보)에 따르면 미쓰이물산은 골드윈 주식의 9.31%를 보유,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원 측은 노스페이스의 안정적 판권 확보와 배당 수익, 협력 강화 차원에서의 투자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이 측과 오랜 기간 함께해 온 기업에 역으로 투자를 단행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미쓰이그룹은 지난 2011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가과학기술위원 등 중앙부처와 기초자치단체 등 10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입찰 제한 조치를 취한 A급 전범기업이다.

미쓰이그룹의 계열사인 미쓰이광산은 과거 일본 최대 규모의 미이케탄광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석탄을 군수 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조선인 다수를 미쓰이광산으로 강제 징용했다. 일본 석탄통제회 통계에 따르면 해방 한 해 전인 1944년 10월 미쓰이 계열 탄광에서 최소 3만3000명의 조선인 노무자가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아울러 미쓰이는 지난 2014년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제 강점기 당시 여성을 강제로 노무에 동원한 기업 중 하나다.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미쓰이물산의 경우 그룹의 모태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영원아웃도어는 노스페이스가 미국 브랜드라며 일본 불매운동 움직임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에 로열티와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구조"라며 "일본기업 오명에도 적극적인 해명을 펼칠 수 없는 이유"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편 영원아웃도어 측은 "일본 동경증권시장 1부 상장회사인 골드윈에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지분투자를 해 배당을 받는 일은 당사와 무관하며 관여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이어 "2014년부터 5년에 걸친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을 비롯해 현재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원을 계속할 만큼 국가 스포츠 발전 및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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