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인근 산에는 평일과 주말에도 젊은 은퇴자들이 트레킹과 등산을 즐긴다.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건강이나 챙기자는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시가 1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서울시 전체 인구 1004만9607명 중 65세 이상은 141만297명으로 14.4%를 차지, 서울이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인 2017년 65세 이상 인구 135만9901명보다 0.6% 포인트 증가했다.

유엔이 정한 고령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2005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이 추세라면 7년 후인 2026년께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봤다.

문제는 65세 이상 인구가 늘고 14세 이하 인구는 줄어들면서 생산 가능 연령층인 15∼64세 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부양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부양비는 지난 1998∼2013년 31%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인 2018년에는 34.1%로 껑충 뛰었다.

비단 서울시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만큼 생산 가능 연령층에서 부담해야 할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부담해야 할 비중도 전체 예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은 허리가 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최근 통계청이 유엔 201개국 자료와 우리나라의 장래인구추계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올해 14.9%에서 오는 2045년에 37.0%, 2067년 46.5%로 100세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다. 노인층이 일하지 않으면 젊은 층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짐이된다.

오는 2045년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감소해 2019년 72.7%에서 2067년 45.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유소년·고령 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도 올해 37.6명에서 2067년 120.2명으로 세계 최고다. 부양자 중에 유소년을 빼고 고령자만 따져 부양비를 계산하면 올해 20.4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같은 기간 세계 총부양비가 53.2명에서 62.0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 우린 5배가 많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지난 11년간 126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개선되거나 효과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다. 하나 더 낳으면 1000만원, 셋 낳으면 3000만원이라는 상금 걸기 뿐이다. 그간 쌓아온 축적된 경험은 은퇴와 함께 경력절벽에 직면한다. 경력을 살리고 이전 세대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일자리 사다리 정책도 없다. 이들이 찾은 유일한 탈출구가 트래킹과 가까운 산을 오르는 등산 그리고 무료 전철 타고 바람 쐬러 가기다.

우리가 직면한 코앞 미래는 5세대 이후 6세대 이동통신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다. 누구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산업 시대로 우리와 비슷한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선도국 지위를 차지하려고 나서고 있다. 여기에 뒤지지 않으려면 65세 이상 은퇴자들의 축적된 노동력을 동참시켜야 한다. 이들의 축적된 노동력이 이전 세대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과 산업정책이 융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퇴 후 8만 시간'의 저자이기도 한 김병숙 전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7~8번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맞이하는 미래는 1·2·3차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 융합된 직업들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대학강단을 떠난 지 6년이 넘은 71세에도 여전히 직업상담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면서 “은퇴자들이여 등산은 그만하고 일자리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돌아올 노동시장과 산업정책에 정부는 늦지 않게 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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