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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속에 꽃핀 사찰 창건설화-고대 동서양의 융합문화를 간직한 불갑사 佛甲寺]

  • 최종걸 주필
  • 승인 2019.09.17  15:01:5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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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갑사 대웅전 지붕 중간에 위치한 사리탑(스투파). 전국 사찰중 유일하게 대웅전과 대웅보전 지붕 중간에 모셔져 있다. 수 많은 전란속에 화재와 재건축 과정에서도 지붕 중간에 사리탑 만큼은 조성당시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불갑사가 간다라문화문명이 개화하던 시기의 초기 사리탑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지금으로부터 1635년 전인 384년 백제 침류왕은 중국 동진(현재 절강성)에서 포교 활동 중이던 파키스탄 출신 마라난타 스님의 법력을 전해 듣고 간곡한 삼고초려 끝에 그를 왕사로 모시게 된다. 마라난타 스님은 고대 그리스 문화와 동양의 인도 문화가 융성하던 지금의 파키스탄 페샤와르, 스와트, 탁실라지역의 최고 계급층에 속하던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마라난타는 천문학, 의학, 고고학, 수학, 역사학 등을 섭렵한 후 출가해 불법 포교의 대장정에 나섰다. 마치 달마 스님이 당나라 양무제의 초청으로 중국에 불법을 전파하는 과정처럼 마라난타 스님 역시 백제 침류왕의 간곡한 초청으로 백제에 처음으로 불법을 전파하러 온 것이다.

지금이야 정보통신의 발달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세계 곳곳의 날씨 정보와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별을 보고 날씨를 가늠해야 할 때인지라 마라난타 스님 일행이 백제로 가는 바닷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마라난타 스님이 출발하기에 앞서 스승에게 작별을 고하자 스승은 불두(부처님 머리상)를 건네면서 혹시 항해 중 풍랑이 일어 배가 위기에 처할 시에 이 불두를 바다에 던지면 무사할 것이라 하였다.

바람에 의지해야 하는 돛단배의 항해 길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라 폭풍우를 만나자 마라난타 스님은 스승의 당부대로 불두를 바다에 던져 순탄한 항해 끝에 굴비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구에 안착했다. 놀랍게도 마라난타 스님 일행을 태운 배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 이미 바다에 던졌던 불두가 먼저 포구에 도착해 있었다. 마치 불두가 배의 기착지를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 것처럼.

마라난타 스님은 이 또한 기연임을 기념하기 위해 침류왕에게 진언해 인근 모악산에 사찰을 창건하고 이름을 불갑사로 명명했다. 부처 불(佛), 첫째 갑(甲), 부처님을 모신 첫 번째 사찰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것이다. 또한, 아미타불을 상징하는 아무포(阿無浦)라 불리던 지명은 후에 성스러운 성인이 법을 전하러 온 곳이라 하여 법성포(法聖浦)라 칭했다고 한다. 불갑사가 위치한 모악산 8부 능선에는 해불암이 있고 인근에는 부처님 손자라는 뜻을 가진 손불면 등 불가와 인연이 있는 지명들이 영광군 인근 곳곳에 있다.

불갑사 사적기와 해동고승전, 민희식 공저 ‘마라난타’에 따르면 불갑사가 백제에 첫 사찰로 창건된 이후 백제지역 곳곳에 불법이 전파된다. 단지 불법 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문화가 융합돼 화려하게 꽃 핀 헬레니즘 문화도 함께 백제에 전해진다. 고대 불교의 건축양식과 불상이 최초로 구현된 탁실라, 스와트, 페샤와르 지역에서 그리스 문화 영향으로 간다라 양식이 탄생하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500년 후 파키스탄 지역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형상으로 표현하는 불상과 탑 그리고 사찰이 조성돼 찬란한 불교 문화 예술이 간다라문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곳 출신인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 침류왕 왕사로 10여 년간 활동하면서 백제 문화와 문명을 꽃피우게 했고 마라난타 스님은 당시 10여 명을 출가시켜 제자로 삼은 뒤 일본에 불법을 포교하도록 하는 등 백제 불교와 일본 불교의 모태 역할까지 했다.

필자가 지난 2012년 성지 순례 차 마라난타 스님의 탄생지를 순례하는 동안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탑이 장엄하면서도 곡선미가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놀라웠다. 그 사리탑을 축소한 형상이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불갑사 대웅전 지붕 중앙에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전란으로 인해 중창 불사하는 중에도 그 형상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은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 불교를 창건하고 번창시켰다는 증거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화려했던 동서양 융합문화가 마라난타 스님을 통해 우리나라에 1635년 동안 생활 곳곳에 전파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전환시대에 더 없이 요구되고 있는 명상이 사찰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전국 곳곳의 사찰에서 명상을 주제로 한 체류형 마음 비우기 프로그램이 천년을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최종걸 주필 jgchoi62@dtoday.co.kr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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