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16일 자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중국 시안(西安)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1면에 보도했다. 자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인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공장 방문 소식을 다른 면도 아닌 1면에 보도했다는 점은 한중 관계에 청신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의 한국 배치 이후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면담도 이래저래 피해갔던 중국 총리가 손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는 것은 한중 관계에 변화를 예고하는 단면이다.

중국 측은 미·중 무역갈등이 1년여간 장기화하면서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가 차질을 빗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한국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는 것을 계기로 반도체 분야 선진국인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할 이유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이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금수 조치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리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시장은 넓고 산업이 중저가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나아가고 있으며 거대한 사업 기회가 놓여 있다"면서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각국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도 리커창 총리가 방문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에 총 150억달러가 투자된다며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총 70억달러가 투입돼 제2공장이 건설 중이다.

리커창 총리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다는 것은 자국의 첨단산업을 향한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이를 통해 향후 한중 협력 강화를 하겠다는 행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중국 총리의 일정이 1년 365일 계획된 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리커창 총리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한 것은 한중 협력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벌써 연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먼저 리커창 총리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는 해석이다.

남북과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처해있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중국이 그동안 한국과 소원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중국 지도부의 행보는 다목적 포석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한중은 '입술과 이' 같은 사이로 어느 한쪽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같은 관계였지만 최근 4년 사이 냉각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때마침 불거진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금수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삼성의 과감한 반도체 해외공장 투자가 한중간 관계회복의 불쏘시개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리커창 총리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을 관영매체까지 나서 대서특필한 점으로 미루어 사드 파동 이후 중국 내 한국 기업과 문화 콘텐츠 등에 가해졌던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이 해소될 지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의 고위 외교소식통도 문재인 정부가 대중 관계회복을 위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지를 잇따라 타진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리커창 총리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불쏘시개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만큼 양국이 어떤 계기로 관계가 막혔던지를 떠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관계 정상화에 성큼 다가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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