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캐나다 등 해외에서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한다. 그들이 쓰는 스마트폰이 바로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삼성 이라는 브랜드는 지구촌 곳곳에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삼성 이라는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무수히 많은 잡음과 투자자들의 손실이 동반됐다는 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모태기업도 시대와 산업의 부침에 따라 바뀌었고 현재는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지분을 얼마나 더 확보하는지가 삼성가의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이 되는 구도다.

문제는 그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이다. 잡음에는 늘 무리수가 동원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 또 회계분식이라는 감독당국의 조사결과에서 밝혀졌다. 삼성전자 지분 5% 전후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1조6000억대의 ‘당기손실’을 ‘당기순익'으로 둔갑시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뉴스다.

이로 인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월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올린 '삼성물산의 분·반기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 조치안'을 수정 의결했다. 제재 내용은 삼성물산이 2017년 1~3분기 중 분·반기보고서에 1조6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제재 논의 과정에서 애초 원안에 있던 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와 증권발행제한 기간이 단축됐다는 점이다. 당시 삼성물산이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삼성SDS 주식(1321만5822주)을 보유한 상태에서 삼성SDS 주가가 계속 하락해도 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지 않고 회계처리를 했고 결국 당기순이익이 '뻥튀기'된 것이 회계위반으로 지적됐다. 삼성SDS 주가는 2015년 말 25만4000원에서 2016년 말 13만9500원으로 45.1% 하락했고 2017년 말에는 20만원 선을 회복했지만 이 당시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제일모직을 역합병하는 시기라 또다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기업은 금융자산의 손상 발생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 매 보고 기간 말에 평가하고 그러한 증거가 있는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 시장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이를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도록 돼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1조6000억원대로 워낙 크고 위법 행위를 정정하면 당기순익이 당기손실로 변경되는 점 등을 고려해 증권발행제한 6개월, 현재 대표이사인 당시 재무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제재를 증선위에 건의했지만 증선위는 당초 재재수위를 낮췄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삼성물산은 2017년 1~3분기 분·반기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는데 2017년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익은 1855억원 순익에서 1조251억원 손실로 변경됐다. 또 그해 반기는 3331억원 순익에서 9041억원 손실로, 3분기는 4916억원 순익에서 7456억원 손실로 각각 수정됐다. 조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조작한 회계위반 회사에 투자자들이 투자한 셈이다.

이는 비단 삼성물산 뿐만아니다. 검찰이 지난달 23일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혐의로 국민연금·삼성물산 압수수색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1대 주주(지분율 11.6%)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두 회사 합병 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1% 보유했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하는 구조였다.

제일모직 주식을 보유한 이 부회장의 통합회사 지분을 늘리려고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춰 합병하는데 국민연금과 삼성물산이 백기사로 한편으로는 회계위반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지난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진 점도 삼성 각 계열사간 회계위반이 총 동원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은 지난 10일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를 근거로 국민연금이 지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에 투자한 지분 11.6%의 대주주지분이 합병으로 인해 올해 3월까지 투자손실이 6814억원이라면서 이는 노령연금 수급자 130만명의 수급액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에 삼성 계열사는 물론 국민연금까지 동원돼 투자자들에게 투자 손실을 안긴 것이다.

다만 법원만이 지난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사고' 때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즉각 시장에 내다판 파렴치한 직원들에게 형사재판에 이어 벌금을 부과했다. 23일 법원은 당시 유령 주식을 판매한 삼성증권 직원 13명에게 4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철퇴를 내렸다.

브랜드는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에서 임직원, 투자자, 고객이 함께 쌓아가는 것이다. 이 삼박자가 어긋나는 순간 무너지는 게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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